코로나 뒷전 내몰고, 경제도 삼킬 '블랙홀' 대선 법정 공방'

개표 중단 줄소송 경기부양책 등 지연 우려
국정 공백 불가피, 일반 시민들 가계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니아, 미시간, 조지아 등 경합주에 대해 개표 중단과 재검표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루한 법정 공방과 그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대선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2000년의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 당시 선거인단 보고 마감 2시간 전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5주가량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

이번에는 첨예한 법정 싸움이 진행되면서 코로나19 여파인 경기 침체를 타개하려는 부양책과 실업수당 지급 등이 실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미국인들과 기업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백악관과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합의해야 하는데 양측이 법정공방에 매몰되면 합의는 요원해질 수 있다. 부양책이 늦어지면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경제 회복도 더뎌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 선출 데드라인 12월8일
20년전 대법원 해결


미국의 각주는 12월 8일까지 연방 하원에 선거인단을 보고해야 한다. 이후 14일 선거인단이 형식적이지만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에 투표하면서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선출한다. 연방 상하원은 내년 1월 6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현 대통령의 임기는 2021년 1월 20일 정오 직전까지다. 그날 낮 12시부터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그 이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돼야 한다.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이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권력승계 2순위인 하원의장이 권한대행을 행사한다. 하원의장은 내년 1월 3일 새로 시작되는 회기에서 선출된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의장에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낸시 펠로시 의장이 재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더기 소송에 대해 사법부의 최종 결론은 늦어도 의회 보고 시한 마지막 날인 12월 8일 이전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 미 대선의 향배를 결정한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이 선거인단의 의회 보고 마감날 마지막 순간인 12월 12일 밤 10시에 주 전체 재검표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이 최종 마감 두 시간 전에 내린 이런 결정에 당시 앨 고어는 승복했고, 조지 W 부시가 백악관에 들어갔다.

트럼프 '몽니?', '집권 연장 시도?
바이든 '맞소송' 가능


이번 소송전이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에 불과할지 '사법'을 통한 집권 연장 시도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캠프는 최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합류하면서 연방대법원에서 보수 대법관이 절대 우위로 구성이 변한 것도 소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21세기 최선진국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선거일 투표 시간 연장과 한 달가량의 우편투표 기간에도 접수 마감 시한을 늘리는 등의 조치가 소송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캠프가 재검표를 요구한 것은 우편투표에서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절차적 하자가 있는 투표들을 엄격히 걸러내겠다는 의도도 있다. 재검표에서 하자를 이유로 무더기 무효표가 나오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개표 중단을 요구한 것은 시간을 끌면서 최종 개표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일 수도 있다. 즉 현재 자신에게 유리한 개표 결과를 최종 결과로 만들려는 전략이겠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측도 호락호락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개표가 지연되면 신속히 개표를 진행하라고 맞소송을 낼 수도 있다. 바이든 캠프는 이런 소송을 대비한 위한 자금 마련에 들어갔다.

보수 대법관 많아 승소 가능?
전문가들 "쉽지않아"


향후 소송의 쟁점은 ▲투표 종료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가 합헌인가 ▲만약 위헌으로 판정되고, 우편투표가 합법 투표와 섞여버렸다면 대안은 무엇인가로 요약될 수 있다.
연방대법원의 구성이 보수 6명과 진보 3명의 대법관으로 이뤄졌더라도 이들이 정치적 성향으로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법리와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결론을 도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캠프가 무더기로 소송을 냈지만 법정에서 기대할 게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소송전 "꼬인다 꼬여"
조지아주·미시간주
잇따라 기각 '헛방'


트럼프 대통령 측이 경합지역 주 정부를 상대로 개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기한 줄소송에서 잇따라 미끄러졌다. 대규모 소송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조지아주 법원은 트럼프 선거대책본부가 투표용지 전달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채섬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앞서 미시간주의 개표를 중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 역시 1심에서 기각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에서 소송을 걸겠다고 공언, 당선자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