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마리 쓰레기 뒤집고 배설물 푹푹 길거리 난장판
애완동물로 유입, 허리케인 재난후 개체수 폭증 골치

푸에르토리코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멀리서 온 외래종 돼지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돼지 수천 마리가 마을을 휘저으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배설물을 쏟아내는 탓에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골칫거리'가 된 이 돼지는 베트남을 원산지로 하는 베트남 포트벨리 종의 돼지다. 현지에선 '베트남 돼지'로 불린다.

여러 해 전부터 사람들이 애완동물로 사들이면서 미국 본토에서 섬으로 들어왔다. 몸집이 작은 종인 줄 알고 키우다가 100㎏이 훌쩍 넘는 크기로 자라자 사람들이 내다 버리는 경우가 생겼다. 무엇보다 돼지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 허리케인 마리아가 닥친 이후였다.

3천명 가량이 숨진 당시 초대형 재난 속에 주인들이 놓아주거나 스스로 탈출한 돼지들이 '야생'에서 살며 번식을 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당국은 현재 푸에르토리코를 떠도는 베트남 포트벨리 돼지가 수천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이 돼지는 1살이 채 되기도 전에 번식을 시작해 한 번에 최대 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생존력이 강하고 천적도 없는 데다 30가지 정도의 질병을 지니고 있어 식용 도살도 불가능하다.

당국은 지난해 베트남 포트벨리 돼지가 옮길 수 있는 감염병 등 주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면서 돼지 통제에 나섰다. 덫을 놓아 생포한 후 시설로 옮겨 안락사시키는 방식인데 완전히 없애기까진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은 돼지를 죽이는 대신 보호구역 등을 만들어 안전한 곳에서 모여 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