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심각 '각방', '섹스리스 커플' 증가…'웃픈' 부부생활 코로나 신풍속도

뉴스포커스

밖에서 일하고 들어오는 남편에 불안감
각각 1층과 2층 떨어져 따로따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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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마스크, 대화는 스마트폰으로
"가정 불화나 스트레스 해결책도 찾아야"

#부에나팍에 사는 이모(60)씨는 최근 중대한(?) 결정을 했다. 결혼 32년차인 김씨 부부는 처음으로 각방을 쓰기로 한 것이다. 아내는 1층 안방에서 그대로 자고, 김씨는 비어있는 2층 서재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물론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수십명이 근무하는 회사를 매일 출근하는 남편이 혹시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 아내가 조심스럽게 요구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김씨는 "처음엔 아내가 좀 너무하다 싶었는데 주위 선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오래 전에 그렇게 해야할 것을 너무 늦었다고 면박을 주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잠자리만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에도 가능하면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생활하고 있다"며 "지독한 바이러스 때문에 그야말로 늙으막에 '웃픈'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정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외부 활동이 많은 가족의 일원이 다른 가족들과 가능한 접촉하지 않도록 각방을 쓰고, 심지어 '섹스리스(Sexless) 부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4~9월 테네시주 내슈빌과 위스콘신주 마시필드에서 코로나19 감염자 101명과 이들의 가족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7일안에 가족 중 54%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CDC는 "감염자와 한 집에 사는 식구들의 전염율이 가장 높다"고 분석하고 "가족이라도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감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각 가정마다 혹시모를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예민한 모양새다.

직장인 박모(40·LA)씨는 퇴근 후 집 현관 문을 들어서자마자 소독 분무기를 옷에 뿌리고 탈의를 한다. 욕실로 직행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쓰고 나서야 가족들 얼굴을 볼 수 있다. 8살 아이와 와이프와 함께 살고있는 박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외부 접촉이 없는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항상 조심하고 있다.

박씨는 "안전상의 이유로 와이프와 각방 쓴지도 6개월째"라고 말하고 "자연히 부부관계도 안한지 오래 되고 밥도 혼자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도 가능한 접촉을 삼가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약사 강모씨(45·라크레센타)는 펜데믹으로 인해 일을 쉬다가 지난달부터 약국에 정상 출근을 시작한 후부터 각방을 쓰고 있다. 그뿐아니다. 강씨는 퇴근하면 거의 매일 밖에서 도시락을 사서 집에 갖고와 자기 방에서 혼자 먹는다. 현관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마스크를 벗지않고 가능한 아내는 물론 아이들과도 대화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대신한다.

그는 "약국에서 독감 등 아픈 환자들과 많이 접촉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항상 감염 가능성이 높다"며 "만의 하나 무증상자일 경우 나도 모르는새에 가족들에게 전염시킬까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부부 간에 각방, 섹스리스 등이 오랜 기간 지속되다보니 가정 불화, 스트레스가 한층 심화되기도 한다.

이에대해 한인가정상담소의 박제인 상담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방을 따로 쓰거나, 부부 관계를 더이상 하지않는 것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부 간에 안전상의 이유로 거리를 둔다는 것을 이해하고 오해가 없도록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해 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