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4년 반 임기 마치고 떠나는 '로라 전 LA한인회장'

최초의 1.5세 영어권 한인회장, 유난히 많았던 '굵직굵직한 이슈' 해결 앞장 돋보인 리더십

"'일복'은 물론 '인복'도 많아…공약 실천 자부심
초심 잃지않고 이사, 스탭들과 직분 소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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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복수국적 문제 해결 가장 기억에 남아
코로나19 신청 대행, '한인회 존재' 새롭게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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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회에 한인사회 위상 높이는데 '큰 획' 자부
2세 회장 리드 차기 한인회 성공 적극 응원할터"


로라 전 LA한인회장이 오늘(31일)을 끝으로 제임스 안 신임 회장 당선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한인회를 떠난다. 제 33대와 34대 회장을 연임한 전 회장에겐 항상 '최초', '첫' 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LA한인회 역사상 최초의 1.5세 여성 회장이며 미 정치인 보좌관 출신의 첫 영어권 회장이었다. 이미 여러 봉사단체에서 발군의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임기동안 유난히 많았던 굵직굵직한 커뮤니티 이슈들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4년만 하면 됐을 한인회장을 어쩔수 없이 6개월이나 더 해야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 미 정부로부터 현금 지급, 실업수당, PPP 대출 등 한인들의 지원금 신청업무를 대행한 한인회를 진두지휘한 그의 돋보인 리더십은 한인사회에 '봉사하는 한인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LA한인회는 '로라 전 이전과 로라 전 이후'로 나뉜다"고 말할 정도다. 이제 기나긴 한인회장 여정을 마치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치과의 아내로 돌아가는 전 회장을 만나 '마지막'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우선 4년 반 동안 수고 많았다.
▶로라 전 회장(이하 로라 전): '일복'은 물론 '인복'도 많았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평가는 한인사회의 몫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이사장 및 이사들과 함께 맡은 바 직분을 다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깊고 보람을 느낀다 .

▣출마 당시의 공약을 어느 정도 이뤘는지 궁금하다.
▶로라 전: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한다. 임기 초반 세대간 교류 및 협력이 부족했는데 한인사회가 큰 이슈를 거치면서 많이 해소됐다. 또 영어권의 1.5세, 2세들이 다수 이사로 영입되면서 한인회가 파워풀해졌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로인해 한인회 위상이 주류사회에 까지 제고 됐고 폭넓은 네트워킹으로 인해 정치력 신장도 그 만큼 한 단계 성숙해졌다. 남가주에서만 연방하원이 둘씩이나 탄생했으니 말이다.

▣임기중 기억에 남는 성과는.
▶로라 전: 우선 재외동포들의 복수국적 문제가 해소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미주지역 각 한인회가 연계해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고 그 결과 헌법재판소에서 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냈다. 국회에서 구체적인 법안으로 승화되야 하겠지만,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있는 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인회 운영을 위한 펀드 조성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3년 반전 '그랜트 라이터'를 고용해 꾸준히 한인회 자료들을 영문화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부 당국이나 재단의 펀드들을 받을 수 있는 제반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센서스관련 유력 재단으로부터 5만 달러의 기금을 받은 것은 한인회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없는 획기적인 사례였다고 자부한다. 한인사회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한인타운 마스터플랜에 대한 검토 역시 한인회 차원에서는 거의 끝났다. 아마도 1월달 쯤 관련 기관 및 시의원들에게 전달되고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굵직굵직한 이슈가 유독 많았는데.
▶로라 전: 그렇다. 한인타운 방글라데시 분리안, 노숙자 셸터 한인타운 선정, 조지 플로이드 사망 시위, 그리고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정말 정신없이 몰아친 것 같다. 하지만, 분리안 이후 많은 차세대 영어권 젊은 층이 한인회 이사로 들어오면서 주류 사회와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줘 힘겨운 도전을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흐름이 자연스레 코로나19 극복 봉사로 이어져 한인회 유튜브, 웹, 인터넷 등을 통해 한인사회와 쌍방향 소통이 이뤄져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해 한인회의 위상은 물론 필요한 단체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한인회를 믿고 크고 작은 성금이 답지했다. 덕분에 도움이 필요한 한인들에게 구석구석 지원이 가능했다. 참 가슴 뿌뜻한 봉사였다고 자부한다. 이 자리를 빌어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개인, 단체, 기업들과 내 일처럼 봉사에 나서준 이사들과 스태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임기 중 한인사회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로라 전: 그렇다. 2017년 LA폭동 25주년 때에도 한인과 흑인 등 다인종 커뮤니티가 화합과 공존을 모색하는 기념행사들이 다양하게 마련됐는데, 한인사회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꾸준히 주류사회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정치인들과 유대관계를 곤고히 한 것이 주요했다. 그러한 유대관계가 한인타운 분리안, 노숙자 셸터 이슈, 조지 플로이드 관련 시위, 그리고 코로나19 사태에 이르러 정점에 다다랐다. LA시장은 물론 시의원, 그리고 연방하원 의원들과도 개인전화로 소통을 할 수 있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고 그래서 인적인 친분과 한인사회에 대한 그들의 이해와 친밀도를 쌓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차기 한인회가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할 자산이다.

▣차기 한인회에 당부의 말 한마디 해달라..
▶로라 전: 제임스 안 신임 회장 당선자는 한인사회 봉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다. 한인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리드해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한인사회가 새로 출발하는 35대 한인회를 믿고 응원해주는 한인사회의 백업이 절대 필요하다. 새해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인회가 전대미문의 코로나 시대를 맞아 커뮤니티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재 한인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위해서는 연 100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한인회의 역량을 확대시킬 수 있다. LA카운티에 40만~50만의 한인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5달러도 10달러도 좋다. 한인회에 후원금을 기부해준다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쉬면서 고민해 보겠습니다"

향후 계획은

로라 전 회장은 "지난 4년 반 동안 한인사회를 위해 기여할 바가 있다고 생각했고, 찾아서 일을 했다"며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했고 후회는 없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이사·스탭들과 함께 묵묵히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일단 쉬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달려온 한인회장 삶에서 벗어나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생각" 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좀 쉬고나면 개인적인 일이든 한인사회를 위한 일이든 무엇을 할지 고민해볼까 한다"며 "쉬는 기간이라도 그동안의 봉사활동 경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자원 봉사는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라 전 회장은 "새해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될 한인사회가 화합하는 가운데 더 나은 방향으로 질주하기를 응원하겠다."한인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A에서 열린 제5차 미주현지한인회장단 모임에서 로라 전(앞줄 왼쪽서 두번째) 회장을 비롯 타지역 미주 한인회장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는 선천적복수국적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