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외도하고 폭행94세 남편…참고 살아온 내가 불쌍해"

지금한국선/가정법률상담소 통계

女 '남편 폭력'·男 '성격차, 경제갈등' 최다
여성 50대 이상 48%, 남성 60대 이상 44%
'코로나 여파 경제위기' 이혼 사유 등장 눈길

"애들 어릴 때 이혼하면 애들이 거지가 될 것 같아 참고 살았습니다. 남편은 평생 외도를 했고 현재는 딸과 동갑인 여자와 외도 중입니다. 엊그제도 맞았습니다. 이제껏 참고 살아온 내가 불쌍합니다"

어느 91세 부인의 상담 내용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해 모두 4039건의 이혼상담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여성은 3260명(76.9%)이었고 남성은 979명(23.1%)이었다.

여성의 경우 가장 많은 이혼 사유로 48.3%가 '폭력 등 남편의 부당대우'를 꼽았다. 이어 장기별거·성격 차이·경제갈등 등 기타 사유(31.4%)를 이유로 들었다. 남편의 외도(8.3%)는 세 번째로 많은 사유로 집계됐다.

남성은 장기별거·성격 차이·경제갈등 등 기타 사유로 이혼 상담을 하는 사례가 5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내의 가출(23.0%), 폭력 등 아내의 부당대우(13.3%)와 같은 이유가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 여성은 50대 이상이 47.7%로 가장 많았으며 40대(32.0%), 30대(15.7%), 20대(4.6%)의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60대 이상이 4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28.5%), 40대(19.7%), 30대(7.5%), 20대(0.8%)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이혼 상담 사례 중에는 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갈등을 이유로 든 경우도 새로 나타났다.

여성의 7.6%, 남성의 4.2%가 코로나19 인한 실직·폐업 등 경제위기를 겪었고,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가정불화로 이어졌다는 내용으로 상담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남성들은 궁핍한 가정 경제를 모두 남편의 책임으로 돌리는 아내의 태도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여성들은 경력이 단절된 후 단순 노무 같은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해 생계에 위협을 받을 때 무능한 남편에 대한 원망이 더욱 커졌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해에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 상담도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친권·양육권 상담은 전년의 1.5%에서 지난해 1.7%로, 양육비 상담은 3.2%에서 4.5%로 늘었다.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상담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13년에는 전체 상담의 0.9%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6.1%를 나타내며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서도 '코로나 이혼' 증가
'집콕' 가정불화 심화

코로나19와 관련 실직, 폐업, 재택근무 등으로 부부가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따른 가정불화 심화로 한인들의 이혼율이 급증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한인 가정의 이혼상담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

미국 주류사회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한 대형 이혼 상담 사이트는 최근 이혼 관련 매출이 3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5개월 사이 결혼한 신혼부부의 이혼 상담이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이혼률이 증가하면서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