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잃은 한인 형제에게 손 내민 6만8천명…"살길 막막하다" 호소에 단숨에 260만불 후원금

뉴스포커스 /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희생자 현정씨의 20대 두 아들 '고펀드미' 개설
전세계서 후원 쇄도, 목표액 2만불 100배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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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두 아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싱글맘
우리에게 두번째 기회 …엄마가 편히 쉬었으면"

"어머니는 나와 남동생을 위해 평생을 바친 싱글맘이었습니다. 이제 미국 땅에 남은 건 우리 형제뿐이네요.”

이번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랜디 박(22)은 18일 밤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내 어머니는 애틀랜타 골드스파 총격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면서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는 나와 내 동생을 위해 평생을 바친 미혼모"라고 털어놨다.

▶"우리의 모든 것, 엄마를 잃어"
그는 "어머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고, 우리 형제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다. 어머니를 잃고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증오의 크기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격 사건의 유일한 한국 국적 희생자인 박씨의 어머니 현정 그랜트(51·한국 성씨는 김)는 사건 당일 일터인 골드스파에서 백인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의 난사에 머리를 맞아 숨을 거뒀다. 현정 그랜트씨는 과거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랜디 박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미혼모로 자신과 동생 에릭 박(21) 등 두 아들을 홀로 키웠으며, 어머니가 사용하는 그랜트(Grant)는 남편의 성이지만 자신은 아버지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날 마지막 통화도 형제 끼니 걱정
랜디 박씨는 "남은 가족은 모두 한국에 있고 아버지와는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세 모자는 끈끈한 사이였다"며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순식간에 김치찌개를 끓여내던 모친을 떠올렸다. 김씨는 짬이 나면 두 아들과 수족관이나 쇼핑몰에 갔다가 한식당에서 순두부찌개나 갈비를 사 먹곤 했다.
그는 "어머니는 차가 없어 직장이나 근처 친구 집에서 잠을 청하는 일이 많았고 이 때문에 두 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일이 끝나면 꼭 전화를 걸어 두 아들을 챙겼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전날인 15일 저녁에도 전화를 걸어왔는데 이것이 마지막 통화가 돼버렸다. 마지막 통화에서도 어머니는 형제의 끼니 걱정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여읜 랜디 박씨는 그러나 마냥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미국에는 우리 두 형제 뿐이다. 나머지 가족은 한국에 있어서 올 수 없다. 어머니가 떠난 비극적 현실 속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고, 돌봐야 할 동생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함을 드러냈다.
랜디 박씨는 "일단 지금 사는 곳에서 3월 말까지 이사해달라는 권고를 받았다. 당장 어머니 장례가 급선무인데, 법적 문제로 시신을 수습할 수가 없다. 이사까지 남은 2주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상황 정리를 위해 적어도 한 달은 지금 사는 집에 머물고 싶다"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면서 "기부금은 장례 비용과 식비, 기타 경비 등 기본 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금액이 얼마든 평생 감사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온정 감사하며 남은 날 살아갈터"
졸지에 어머니를 잃고 둘만 덩그러니 남겨진 형제의 사연이 전해지자 전 세계 6만여 명이 마음을 보탰다. 하루 만에 목표액 2만 달러의 100배가 넘는 돈이 모였다. 20일 밤 현재 6만8000여 명이 보낸 후원금은 260만 달러(약 29억 4000만원)를 넘어섰다.
예상을 뛰어넘는 후원에 랜디 박씨는 "이렇게 많은 지원을 받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후원금 규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감조차 오지 않지만, 순전히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족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남은 날들을 살아가겠다. 어머니도 내가 세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씨 형제는 "여행 한번 못 가고 몇 주에 한 번 집에서 쉬는 게 유일한 휴식이었던 어머니다. 그간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가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쉬시길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