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16일 금태섭과 회동…제3지대 모색하나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4·7 재보선 압승을 이뤄내고 국민의힘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이 살려낸 당을 향해 독설을 내뿜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말폭탄'을 던지자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다가 중진 의원들의 입을 통해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권영세 의원은 14일 중진모임의 공개 발언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발언에서 '김종인'이란 이름 석자는 뺐다. 전직 사령탑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지키면서 '더는 참기 어렵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홍문표 의원도 회의 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도를 넘는 상왕 정치와 감별사 정치를 멈춰주기를 고언 드린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경제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중진들의 당권 욕심에 휘둘리는 "아사리판"이라 표현하며 "더이상 애정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선 중진들 등쌀에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격정을 터트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선 "건방지다"고 말했다가 국민의당의 30대 청년위원장으로부터 "범죄자"라고 반격을 당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공세적으로 '인터뷰 정치'에 나선 데는 차기 대선에서 또 한 번 '킹 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입문 시기를 엿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이 아닌 '금태섭 신당'으로 갈 수 있다고 단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전 위원장의 메시지에서 주목되는 것은 국민의힘 중진과 안 대표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초선을 자신의 우군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박수 받고 떠난 노정객의 돌변에 국민의힘은 야권 내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이란 '대어'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김 전 위원장은 조만간 제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성정상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이 그토록 부정했던 '제3지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당을 흔들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전 위원장은 16일 금태섭 전 의원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