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유족간 합의 못 했을 가능성도

삼성측 "유족간 이견 없어…조만간 공개할 것"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삼성 일가가 28일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밝히면서 이 회장 보유 주식의 분할 계획을 공개하지 않아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이 회장의 주식 분할은 삼성의 주가 변동은 물론 지배구조를 좌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유족들을 대신해 "유족간 주식 배분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지분 분할 내역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속 지분 합의 안됐나…일각 "분할 장기화 가능성도"

삼성 일가는 지난 26일 금융당국에 삼성생명[032830]의 대주주 변경 신고를 하면서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0.76%를 분할하지 않고 공동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족들의 공식 발표 이후부터 30일 이전에 지분율을 정해 변경 신고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지분 분할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지분 분할 내용 공개 시점이 모호해졌다.

일각에서는 아직 유족간 분할 합의가 덜 끝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까지 겹치며 물리적으로 지분 정리가 안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법정 구속되면서 유족들이 지분 분할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일반인 면회가 일주일에 1번, 10분으로 제한되는 데다 지난달 19일에는 이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로 한 달 가량 병원 신세도 졌다.

이 부회장이 수감중이고 현재 재판까지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지분 분할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산 배분 과정에서 남매간에 지분 비율을 놓고 이견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유족간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절차적으로도 지분 분할을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삼성 일가는 이달 30일까지 상속 재산을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유족간 지분 분할 합의가 안된 경우 분할 비율을 추후 결정해 수정 신고할 수 있고 별도의 시한은 없다.

상속세 역시 '연대납세' 의무에 따라 유족간 지분 비율이 사전에 결정되지 않더라도 유족중 누구든지 상속세 총액만 기일내에 납부하면 돼 지분 분할이 안됐더라도 세금 납부에 문제는 없다.

지분 배분 내용이 조만간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 공시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

이 회장 지분 상속으로 대주주 지분 변동이 생긴 삼성 계열사는 그 내용을 분할 합의후 5일 이내 공시를 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도 별도의 시한은 없어 합의가 장기간 걸려도 문제될 것은 없다.

◇ 핵심은 삼성전자 지분…지배구조 어떻게 되나

이건희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와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이다.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해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은 0.06%, 삼성전자는 0.7%로 미미한 수준이다.

법정 상속 비율을 적용하면 이 회장의 지분은 홍라희 여사가 9분의 3(33.33%), 세 남매가 각각 9분의 2(22.22%)를 각각 갖게 되지만 재계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이 부회장에게 넘기고, 삼성생명 지분을 가족 4명이 나눠 갖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18%)을 혼자 다 받으면 상속세만 9조원에 달해, 가족들이 나눠 받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아닌 삼성생명과 물산이라는 법인이 지배하고 있어 가족들이 이 회장의 전자 지분을 나눠 가져도 지배력에 문제는 없다.

삼성 일가가 납부하는 12조원대의 상속세 규모로 볼 때 삼성물산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은 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법 개정안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8.51% 가운데 5.51%를 팔아 '시가 기준' 3%로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 고리가 끊긴다.

이 때문에 삼성 일가가 이건희 회장 주식 분할을 서두르지 않고 법 개정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지분 분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이번에 법 개정 고려 없이 지분 분할이 되더라도, 법안이 폐기되지 않는 한 삼성 일가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자매가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이 삼성물산과 삼성SDS밖에 없고 이 부회장에 비해 보유 지분율도 낮아 일단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재계는 본다.

이번 지분 상속을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수십조원의 재원이 필요해 당장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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