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기관 3차례 가정방문했지만 이상 못 느껴…"면담만으론 한계"

전문가 "경찰·의료진 등 개입해 건강·심리상태 확인 제도화해야"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김솔 기자 =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두 살배기 입양아동 A 양은 중태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었다.

A 양은 지난 8일 양부 B(30대) 씨에게 폭행당해 뇌출혈 증세를 일으켜 수술을 받은 뒤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몸 곳곳에서는 생긴 시기가 다른 멍 자국 여러 개가 발견됐고, 영양상태도 좋지 않았다.

학대가 일정 기간 지속한 것으로 의심 가는 정황이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영아가 숨진 '정인이 사건'이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입양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똑같은 비극이 왜 또 발생했을까.

입양특례법상 입양기관은 입양 이후 첫 1년 동안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입양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신고일로부터 1년 이내에 입양가정을 4차례 사후관리하게 돼 있다.

A 양은 지난해 8월 C 입양기관을 거쳐 B씨 부부 가정에 입양됐다.

C 기관은 입양 두 달여 뒤인 지난해 10월 B씨 집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과 지난달까지 모두 3차례 가정방문을 했다.

그러나 C 기관 담당자는 A 양에게서 어떠한 이상 징후도 확인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방문 때도 멍 자국 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가정방문 이후부터 학대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 여부를 인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 기관 관계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아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경우라면 몰라도 마땅한 이유 없이 옷 속으로 멍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고 한번 보는 것만으로는 영양 상태가 어떤지 알기도 어렵다"며 "양부모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데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의심하고 조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방문 횟수를 정해둔 것은 좋지만 구체적으로 아이의 어떤 부분을 확인하라든가 하는 등의 세부 지침은 없는 상황"이라며 "사회복지사들의 업무와 권한을 더 구체적으로 규정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방문이 이뤄져도 아이가 어리면 자신의 피해 상황을 제대로 털어놓을 수 없고 기관 측이 양부모에 아이의 개인정보인 진료기록을 강제로 요구할 수도 없다"며 "때문에 1년에 최소 한 번은 경찰, 전문 심리상담가, 의료진 등이 한 팀이 돼서 아이 상태를 살피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입양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해서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자격을 박탈하는 적부 심사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에 맡겨진 심사절차를 개선해 정부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거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9년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피해 아동의 가족 유형' 자료에 따르면 입양가정에서 학대가 발생하는 비율은 0.3%(84건)로 친부모가정의 57.7%(1만7천324건)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후관리를 의무화한 입양특례법 등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제2의 정인이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 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4회이던 사후관리를 6회로 확대하고 이 중 3회는 가정방문, 나머지 3회는 양부모 회사 근처 등 용이한 장소에서 면담할 수 있도록 바꾼 '2021년 입양 실무 매뉴얼'이 오늘부터 현장에 적용된다"며 "이외에도 학대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해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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