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발 묶인 봉쇄령 기간 겪으며 삶의 가치 변화 가져와, “富가 평화 준다” 65%→53%

[생각뉴스]

“돈은 성공·건강 위한 도구, 행복의 조건은 아냐”

성공·인간관계·건강등 위한 도구로 ‘재인식’ 계기

‘재정적 안정감’ 기준도 93만4천불→62만4천불로

밀레니얼 80% “기부·자선등에 대해 더 많은 생각”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비록 백신접종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불안은 줄어들었지만 여행, 외식, 예배, 모임 등 일상생활에서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눈에 보이는 것만 바뀐 것이 아니다. 그동안 별로 고민하지 않던 삶의 가치 등에 대한 우리의 사고도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부(富)’에 대한 인식을 뒤바꿔놓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출과 소비활동이 제약을 받는 등 손과 발이 묶인 팬데믹 봉쇄 기간을 거치면서 그동안 삶의 최우선으로 여겨온 돈의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돈=행복’이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이를 단지 성공·인간관계·건강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 자산관리업체 보스턴 프라이빗과 증권사 찰스슈왑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인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인간관계를 쌓고 타인을 돕는 일에 재산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방역을 위한 봉쇄 기간에는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식당에 가거나 마트에 가 휴지를 살 수 없다는 점에서 돈이 더는 ‘마음의 평화’이자 ‘행복’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보스턴 프라이빗이 ‘부의 이유(Why of Wealth)’를 주제로 400명의 투자자에게 부의 주요 측정 기준을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부가 마음의 평화를 준다”고 답한 비율은 2018년 65%에서 2021년 53%로 떨어졌다.  2018년 조사와 달리 2021년 조사에는 독립(52%), 안전(49%), 건강(45%) 등이 중요한 부의 측정 기준으로 새롭게 포함됐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응답자의 80%가 “코로나가 앞으로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하게 만들어줬다”고 대답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절반 정도가 “도네이션이나 자선활동에 대해 더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스턴 프라이빗측은 “코로나는 ‘성공’을 재정의하도록 만들었다”며 “성공의 큰 요소는 여전히 돈을 버는 것이지만, 단순히 금융자본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무언가를 성취하고 건설하는 것으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재산에 대한 객관적 정의도 달라졌다. 찰스슈왑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부유하다’고 느끼는 기준은 1년 전 260만 달러에서 190만 달러로 낮아졌다. ‘재정적 행복’을 위해 필요한 재산의 규모는 175만 달러에서 110만 달러로 줄었고, ‘재정적 안정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돈 역시 93만4000달러에서 62만4000달러로 감소했다.

찰스슈왑의 재무 설계 부문 부회장인 롭 윌리엄스는 “더 많은 미국인이 인간관계와 건강으로 우선순위를 옮겨 가고 있다”며 “이는 돈이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