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국민의힘이 11일 36세의 이준석 신임 당대표를 내세우자, 여권이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86그룹과 50~70대 대권주자들이 당 간판인 민주당으로서는 졸지에 '꼰대 정당' 낙인이 찍힐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식적으로는 "보수의 변화가 반갑다"며 환영 일색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정권재창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힌다.

당장 이준석 대표와의 상견례부터가 난감하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맏형격인 송영길 대표는 58세로, 자녀·조카뻘인 이 대표와 마주하는 순간부터 시각적으로 확연한 세대차가 부각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관례상 다음 주쯤 상견례차 예방이 있을텐데, 그때까지 우리도 여러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빅3' 대선주자도 비슷한 고민이다.

앞서 이준석 대표의 돌풍과 관련, 정치권의 '장유유서 문화'를 거론했다가 발언의 취지와 달리 역풍에 휩싸였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71세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69세로 비슷한 연령대다.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57세로 비교적 젊다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30대 야당 당수를 상대할 생각에 골치가 아프기는 매한가지다.

이 지사는 이날 SNS글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민심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며 "긴장된다"고 썼다.

민주당이 진보·개혁적 이미지를 국민의힘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뼈를 깎는 자기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재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준석 현상'의 정치권 영향에 대해 "태풍급"이라고 평가하며 "민주당도 당내 돌이킬 수 없는 혁신과 쇄신의 바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문계 핵심 의원은 "30대 야당 당수라는 이준석 체제가 성공한다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대선도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면서도 "국민이 기대하는 새 정치를 펼수록 당내 반발 강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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