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돼지고기 조각상' 논란

붉은 페인트 뒤집어쓴채 철거

[이탈리아]

이탈리아 로마의 '돼지고기 조각상'이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끝내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2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젊은이들의 운집소인 로마 트라스테베레의 한 작은 광장에 최근 '샌드위치에서 광장으로'라는 명칭의 대리석 조각물 하나가 세워졌다.

구운 돼지고기 요리인 '포르케타'(porchetta)를 형상화한 것으로, 로마 시립 예술대가 추진한 '로마 광장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작품을 제작한 조각가 아메데오 론고(25)는 로마 지역 대표 요리를 장려하려는 취지라고 소개하고 9월 말까지 전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각상은 전시되자마자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탈리아 동물권 보호 단체는 해당 작품을 '동물 홀로코스트의 기념비'라고 비꼬며 "이는 예술이 아니라 동물 생명과 모든 로마 시민이 지키려는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24일 밤에는 누군가가 조각상에 붉은 페인트를 뿌려 기괴한 모습으로 변했다. 조각상에 반대하는 동물 권리 운동가들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결국 당국은 이 작품을 광장에서 철거했다. 당국은 페인트칠을 제거하기 위해 일단 작품을 거둬들이기로 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작품의 최종 철거 여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