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도 다쳐, 정국 대혼돈 2주간 계엄령 선포…후계구도 불확실, 국정 안정 난망

[아이티]

퇴임 앞둔 총리 임시 대행 혼란 가중
선거 못치른 의회 사실상 공백 상태
인플레이션, 식량 부족 등 경제 최악

카리브해 인근 빈국인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괴한들에 의해 살해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정치, 사회적 혼란이 심화하면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모이즈 대통령의 피살로 아이티는 커다란 혼돈 속에 빠지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로드 조셉 아이티 임시 총리는 7일기자회견을 열고 “신원불명의 사람들이 7일 새벽 1시 모이즈 대통령 사저에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며 “야만적 행위”라고 밝혔다. 영부인도 총격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이에따라 아이티 정부는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2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되고 민간법원을 군사법원으로 대체하는 한편 언론보도가 통제된다. 

바나나 생산업자 출신인 모이즈 대통령은 2015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일며 예정보다 1년 늦은 2017년 2월 취임했다.

 아이티 야권은 모이즈 대통령 임기(5년)가 2016년부터 시작돼 올해 2월 끝난 만큼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모이즈는 취임 후부터 5년이라고 주장하며 물러나지 않았다. 이에 대통령 퇴진시위가 계속됐고, 모이즈 대통령은 지난 2월 쿠데타 시도를 적발했다며 야권 인사 23명을 체포했다. 또 야당이 야권 성향 대법관을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하자, 이 대법관을 포함해 대법관 3명을 강제 퇴진시켰다. 최근까지 갱단의 폭력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식량 부족 문제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계속됐다.

당장 대통령직을 누가 승계할지도 불확실해 단기간 내에 안정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이날 새벽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살해된 뒤 클로드 조제프 총리는 일단 자신이 국정을 책임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비상 각료회의를 열고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후 국민에게 침착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모이즈 대통령이 지난 5일 새 총리로 아리엘 앙리를 지명한 상태여서 그 역시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조제프 총리가 정식으로 대통령 대행을 맡기 위해선 의회의 승인의 필요하지만 지난 2019년 의회 선거가 치러지지 못해 사실상 의회 공백 상태다.

어떤 경우든 아이티의 혼란은 당분간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