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7월 1일 아프리카 기항지 체류…2일 감기증상자 최초 식별

접안 당시 현지인 도선사 승선…군수적재시 외부 접촉 가능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올해 초 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이후 '코로나19 청정구역'을 유지했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에서 임무 막판 초유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감염 경로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7월 1일까지 3박 4일간 군수품 적재를 위해 작전 중이던 아프리카 해역 인접 국가 기항지에 체류했다.

평소 아프리카 해역 한복판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에서 최초 확진자가 확인되기 전 마지막으로 '외부와 접촉'이 있었던 곳이다.

실제로 당시 기항지 접안 과정에서 현지인 도선사가 문무대왕함에 승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선사는 함정에 탑승해 항만에 드나드는 배를 안전하게 안내하고 접안(부두에 배를 대는 것)과 이안(부두에서 떨어지는 것)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접안 이후 군수품을 함정에 적재하는 과정에서 청해부대 승조원들이 외부 감염원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감염된 인원과 접촉했을 가능성과 함께 현지에서 적재한 군수품에 감염원이 묻은 채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으로 군이 감염에 취약한 함정 등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방역지침을 적용해왔다는 점에서 기항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이런 '변수' 외엔 딱히 달리 고려할 요인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월 8일 출항 후 5개월간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청해부대는 기항지에서 적재를 마치고 출항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승조원 1명이 감기 증세를 호소한 데 이어 10일에는 감기 증상자가 40여 명에 달했다.

이때부터 집단감염의 조짐이 나타난 셈이다.

부대는 최초 감기 증상이 식별된 지 11일 만인 지난 13일 인접국가 협조 아래 6명의 검체만 샘플로 채취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뢰했고, 이틀 뒤 이들 모두 양성으로 확인됐다.

14일에는 조리 담당 업무를 하던 승조원 1명이 폐렴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에 입원했고, 해당 승조원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국 15일 승조원 301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뒤늦게 의뢰한 결과 82.1%에 해당하는 247명이 확진됐다. 나머지 50명은 음성, 4명은 판정불가로 통보됐다.

기항지 경유 직후라는 점을 고려해 최초 감기 증상자 식별 시 즉각적인 PCR 검사의뢰와 함정 내 격리 조치 등 보다 기민한 대처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군 당국은 집단감염 발생 상황 조치에 우선 집중한 뒤, 보건당국 및 의료진과 함께 구체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초기 감기 증세를 호소했던 승조원들의 담당 업무와 동선 등을 토대로 감염 경로를 추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선사 승선 시 방호복 착용 및 동선 통제를 비롯해 적재 작업 시 물품 전량 소독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함께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