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01명 중 247명 코로나19 확진…사상 초유의 파병부대 감염병 귀국사태

문대통령, 군 '안이한 대응' 질책…야권, 대통령 사과·국방장관 경질 촉구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아덴만 해역에 파병됐던 청해부대 34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군 수송기를 타고 20일 귀국했다.

아무리 백신 접종 전에 출항했다지만 중간에라도 백신을 공급하려는 제대로 된 노력조차 없었고 상황 발생 이후에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파병사상 초유의 '감염병 귀국 사태'를 맞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 사과와 국방부 장관 경질을 촉구하는 등 군 수뇌부 책임론까지 확산하고 있다.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은 현지에 급파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에 나눠타고 이날 오후 6시 전후 차례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아프리카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에서는 현재까지 총 247명(82.1%)이 확진됐고, 나머지 50명은 음성, 4명은 판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승조원 전원이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감염병에 취약한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의 함정에서 지냈고, 사람마다 코로나19 잠복기가 다른 점을 고려하면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귀국 장병들은 민간 및 국방어학원 생활치료센터, 국군대전병원, 국군수도병원 등에 분산 격리됐다.

국방부는 "중등도 증상을 보이는 3명을 포함한 14명은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면서 "전원 유전자증폭(PCR) 검사 진행 후 '음성'으로 확인될 경우 군내 격리시설로 이동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초 10월께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집단감염 사태로 귀국 일정이 3개월 가까이 앞당겨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다"며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 수송기를 보내 첫 확진자 확인 닷새 만에 부대원 전원을 귀국하도록 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으나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결과적으로 방역에 실패한 군을 질책한 것이다.

이에 서욱 장관은 국무회의 뒤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지난 2월 출항한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 노력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서 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작년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2월 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 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6월 9일과 10일, 7월 7일) 등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사과와 국방부 장관 경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정치 방역, 무사 안일주의가 빚은 대참사"라며 국방장관, 합참의장 즉각 경질과 대통령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 수치"라고 비판했다.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