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유승민, 이준석 엄호…尹, 거리두며 사태 관망

서병수, 尹·元 뺀 11명으로 토론회 '개문발차'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홍준석 기자 =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회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확산일로다.

오는 18일 예정된 경선준비위원회 첫 정책토론회를 앞두고 내홍이 수습되기는커녕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13일 절충안을 내면서 갈등은 가까스로 해소 국면으로 흐르는 듯했다. 토론회를 정견 발표로 대체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들에게 전화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한 뒤 SNS에서 "최고위에서 주말 중에 최대한 의견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봉합 시도는 금세 경선준비위 반발을 샀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옆에서 자꾸 쑤신다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 꼴이 어떻게 되겠나"며 토론회 강행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서 위원장은 이어 캠프 대리인들을 불러 토론회 발언 순서와 자리 배치를 추첨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을 제외한 11개 캠프 관계자들이 동참했다.

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 측은 토론회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고, 원 전 지사 측은 최고위에서 논란이 있으니 좀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단 11명 주자로 토론회를 '개문발차'하되 나머지 2명의 합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의 절충안에 난색을 보였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타협과 흥정이 아닌 원칙의 문제로, 절차를 준수해야 모두 승복할 것"이라며 "토론회는 경준위가 아닌 선관위를 거쳐 최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SNS에서 "토론회든 발표회든 경준위의 월권이므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차라리 후보 등록을 앞당기고 선관위를 당장 발족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권 주자들의 입장은 양분됐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서 "특정 후보 진영이 주동해 무리 지어 당대표를 공격하는 일이 없도록 자중하기를 바란다"며 "당대표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이 대표를 엄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기자들에게 "어느 캠프든 당 지도부와 너무 갈등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토론회가 몇 번이 열리든 다 참석할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원희룡 전 지사는 SNS에서 "토론회가 당헌·당규상 아무 근거도 없는데, 그저 당대표의 아이디어라고 밀어붙이는 독단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선급 16명은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이 대표는 대선 주자 모두가 공감하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경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지지율 1등 주자로 이번 논란의 핵심 당사자지만, 아직 직접 나서지 않고 당내 논의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을 맡은 장제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유불리를 떠나 명분과 원칙, 상식에 부합하는 일정에는 무조건 협조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을 앞둔 힘겨루기가 조기 점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을 보여 조기 봉합이 쉽지 않을 듯하다"고 우려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