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의무 강조하며 정부에 수정 권고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유엔 인권 전문가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제기한 사실이 1일 공개됐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된 8월 27일자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보의 자유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보고관은 한국도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가 정부에 의사·표현의 자유를 존중·보호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허위정보를 금지한다는 취지만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그런 제한은 ICCPR 19조 3항 및 20조와 "밀접하고 구체적인 연관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CPR 19조 3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법적 제한을 허용하지만,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및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한다.

20조는 "전쟁을 위한 선전",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를 금한다.

보고관은 현 개정안은 이들 조항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것 같다며 "당국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해 (법의) 임의적인 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관은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허용한 개정안 30조 2항의 매우 모호한 표현이 "뉴스 보도, 정부·정치 지도자·공인 비판, 인기 없는 소수 의견 등 민주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우려는 2022년 3월 대선 기간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정보 접근과 사상의 자유로운 흐름이 특히 중요한 시기에 특히 커진다"고 덧붙였다.

또 손해배상 규모가 "너무 균형에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손해배상이 언론의 자체 검열을 초래하고 공중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한 중요한 토론을 억누를 수 있음을 진지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의·중과실 추정에 대해서는 "언론인들이 이 같은 유죄 추정을 반박하기 위해 취재원을 누설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으며 이는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관은 정부가 이 같은 우려를 국회의원들과 공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언론중재법이 ICCPR 19조 등 국제인권법상 정부의 책무와 어떻게 일치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고, 개정안이 국제인권기준과 일치하도록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인권 침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국 정부에 권고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보고관의 활동은 인권이사회에 보고되며 국제사회에 공론화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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