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완화가 백신접종 속도보다 느리게 진행돼야

독일 연구팀 "백신 접종률 80% 이상 돼도 새 유행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의 완화는 백신 접종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역학·자기조직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Dynamics and Self-Organization) 바이올라 프리스만 박사팀은 3일 과학저널 'PLOS 계산 생물학'(PLOS Computational Biology)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코로나19 역학·예방접종 데이터에 수학 모델을 적용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프리스만 박사는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하는 최적의 방법은 백신 접종 속도를 따르는 것"이라며 "시민의 자유를 높이고 새 감염 물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해온 방역조치가 해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델타 변이 등장 등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꺾이지 않으면서 방역조치 완화 속도와 시기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을 늘려 집단 면역을 형성하면서 코로나19 유행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방역 완화 방안을 찾기 위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역학·예방접종 데이터에 수학적 모델을 적용했다. 특히 코로나19 새 유행이 중환자실(ICU)을 압도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역 완화 속도를 모색했다.

가능성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방역조치 해제 속도를 백신 접종 속도보다 느리게 진행할 경우에만 더 심각한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너무 일찍 방역을 완화하면 시민들이 자유 확대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모델링 결과 성인의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이후 방역을 해제해도 기존 바이러스들보다 더욱 전염력이 강한 변종이 새로운 유행을 일으켜 의료체계의 중환자실 수용 능력을 압도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프리스만 박사는 "백신 접종 속도에 맞춰 방역 조치를 완화할 경우에만 코로나19 감염을 통제하면서 시민의 자유를 증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방역 조치를 조기에 완화하면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방역 완화에 대한) 대중의 압력에도 정책입안자들이 방역조치를 서둘러 완화해서는 안 되며,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 백신 접종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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