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공중 보건 비극적 사태 맞을 것"

전 세계 백신 80%는 선진국에서 접종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빈국에 공급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의 퇴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의 요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개막하는 유엔 연례 총회에서 요구할 '코로나 정상회의' 소집과 맞물려 나왔다고 AP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최근 진전을 거뒀던 깨끗한 물 공급과 양성평등과 같은 삶의 지수가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특히 극빈 국가일수록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게이츠 재단의 설명이다. 전 세계 백신의 80% 이상은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졌다.

예컨대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미국 캘리포니아 인구의 300배에 달하지만, 상반기까지 양쪽의 백신 접종 인구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다른 공중 보건 상태 역시 나빠졌다.

이 가운데 어린이 예방 접종 비율은 7%가량 떨어졌다. 여성 취업 인구는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올해는 1천300만명이 적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빌 게이츠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지금처럼 불균등하게 이뤄진다면 공중 보건은 비극적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8억 달러(2조1천83억원)를 지원했다.

이와 함께 록펠러 재단은 선진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1%를 국제 발전과 기후 변화 극복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해 왔다.

라지브 샤 재단 회장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후변화와 코로나19가 취약한 국가에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를 바로 잡지 못하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내다봤다.

록펠러 재단도 지난해 10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향후 3년간 1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를 위해 지식재산권을 완화하는 방안이 한동안 공전한 끝에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14일 시작된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지식재산권 완화를 제안했으나 유럽국가들의 반대에 따라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게이츠 재단도 코로나19 사태 초기 제약사들의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옹호해 백신 보급이 늦어졌다는 비판도 받는다.

카일 나이츠 휴먼라이츠워치(HRW) 수석 연구원은 "게이츠 재단이 세계 전역에 백신 제조 공장을 지으려고 하지만 거대 기업들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 각국 보건 당국이 그러한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