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코인, 34% 급등 후 추락…비트코인·이더리움 동반 하락

시세 조종 노린 사기일당 소행 추정…가상화폐 시장 취약성 재확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를 빙자한 사기 보도자료에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거렸다.

또 이 자료에 속아 넘어간 주요 외신들은 줄 오보 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월마트는 13일 미국 보도자료 서비스 '글로브 뉴스와이어'를 통해 배포된 '(가상화폐) 라이트코인 결제 허용'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니라며 사기 자료 배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기 자료 파문으로 라이트코인은 174달러에서 233달러로 치솟았다가 추락했고,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도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는 이날 새벽 월마트가 라이트코인과 제휴해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도자료를 전송했다.

이 자료는 "10월 1일부터 모든 이커머스 매장에서 라이트코인 결제 옵션을 시행한다"는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의 발언까지 포함하는 등 그럴듯한 내용으로 포장됐다.

이후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CNBC 방송 등 주요 경제 매체는 이 자료를 인용해 일제히 헤드라인으로 관련 뉴스를 전했다.

라이트코인 트위터 공식 계정도 글로브 뉴스와이어발 발표 내용을 리트윗했다.

하지만, 대략 1시간 뒤 월마트가 이런 자료를 낸 적이 없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글로브 뉴스와이어를 통해 배포된 자료는 가짜로 판명 났다.

라이트코인은 사기 자료 여파로 한때 33% 급등했다가 추락했고 주요 가상화폐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동반 하락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가짜 자료 소식이 전해진 직후 비트코인은 3% 이상 하락하며 4만4천 달러대에 거래됐고 이더리움과 도지코인은 각각 6%, 4% 이상 빠졌다.

월마트의 가상화폐 결제 허용을 전했던 외신들은 줄줄이 정정보도를 했고, 로이터통신은 관련 뉴스를 철회한다는 긴급 알림을 내보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는 보도자료를 삭제한 뒤 언론사와 고객들에게 자료 내용을 무시하라고 공지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 모회사 인트라도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는 목적으로 "사기 사용자 계정"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면서, 인증 조치를 강화하고 보도자료 배포 시스템 하자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를 리트윗했던 라이트코인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라이트코인 개발자 찰리 리는 "우리는 가짜뉴스를 트윗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망쳐버렸다"며 "가짜 자료는 우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누가 그렇게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월마트 행세를 한 사기 일당이 누구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허위정보로 가격을 폭등시킨 뒤 팔아치우는 '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 수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주요 외신이 사기 자료를 검증하는 절차 없이 성급하게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기 자료에는 가짜 월마트 웹사이트 주소가 기재돼있었고, 월마트는 당시 자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의 자료를 올리지 않았다.

아울러 라이트코인은 거래 순위 10위권 밖의 가상화폐였다는 점에서 월마트가 이런 코인의 결제를 허용했다는 내용은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었다.

비영리 가상화폐 연구기관 '코인 센터'의 니라지 아그러왈 디렉터는 가상화폐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뉴스는 좋든 나쁘든 항상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의 취약성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업체 에이바랩스 설립자 존 우는 이번 사건으로 가상화폐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