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요구한 7가지 필수조항 공모지침서 반영…김씨, '시장의 지침' 반박

'700억원 뇌물 약속'도 영장 기재…"거금 지급할 의사·이유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배임 혐의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공모가 김씨 측의 요청에 따라 '맞춤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하지만, 변호인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지침에 따른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김씨 등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범죄사실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공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적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사업자 공모에서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선정되도록 심사 기준을 조정할 것을 유 전 본부장 측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위해 김씨는 공모지침서 등에 '7가지 필수조항' 삽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의 사업 신청을 막고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경쟁자를 제한 ▲ 대표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 주간사 실적 관련 최고 등급 평가 기준을 7천억원으로 조정 ▲ 대표사의 신용등급 관련 최고 등급 평가 기준을 AAA로 제한 ▲ 사업비 조달 비용 관련 최고 등급 평가 기준을 CD금리 수준인 2.5% 이하로 조정 ▲ 공사가 추가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 포함 ▲ 개발사업을 통해 조성한 택지를 민간사업자가 직접 사용해 공동주택 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 마련 ▲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하도록 하는 내용 포함 등이다.

이러한 요청사항의 대부분은 실제로 2015년 2월 발표된 사업 공모지침서에 담기거나 비슷한 형태로 반영됐다. 검찰은 이러한 부분이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임 액수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앞서 김씨의 1차 구속영장에는 공사가 입은 손해액이 '1천163억원 플러스알파'로 기재됐으나 이번 영장에서는 '651억원 플러스알파'로 크게 줄었다.

검찰은 실제 공사가 입은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최소한으로 특정한 금액을 영장에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소한 651억원에 대해서는 배임 행위로 인한 피해액이라는 것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 김씨 측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담긴 내용이 '이재명 당시 시장의 지침에 따라 작성된 것일 뿐, 특정 세력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앞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이 시장이 나름의 분석을 거쳐 대장동 사업과 같은 모델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위례신도시 사업은 1천100억으로 예상되는 수익배분을 비율로 정했다가 비용 부풀리기로 최종이익이 300억원 밖에 안 남아 150억원만 손에 쥐고 실패했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성남시 몫을 비율이 아닌 금액으로 사전 확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준공영 개발을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700억원 뇌물 약속'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과 김씨 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해준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이 중 5억원을 실제로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사업을 도와준 대가를 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씨 측은 700억원이라는 액수가 대화 과정에서 부풀려진 것이며 실제로 유씨에게 이렇게 큰 금액을 지급할 의사도, 이유도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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