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손준성 진술과 비교하며 조사할 듯…김웅, 혐의 전면 부인

향후 대질·추가 소환 가능성

(과천=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인물로 의심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조사한 지 하루 만에 김 의원을 상대로 한 첫 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조사는 김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 씨가 고발장을 두고 통화한 녹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뒤집을 확실한 물증을 찾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어서 조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 김웅-조성은 녹취록 속 '저희' 규명하나

김 의원은 작년 4월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로 활동하며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받아 당에 고발을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조씨에게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 보내겠다"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당시 검사를 그만두고 총선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된 김 의원이 쓴 '저희'라는 표현은 사실 검찰을 뜻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 의원은 녹취록에서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아니면 위험하대요" 등 누군가로부터 고발장을 내야 할 특정한 기관을 당부받은 것처럼 얘기하거나 "그쪽(대검)에 이야기를 해 놓겠다"는 식의 언급을 한 것으로 나온다.

공수처는 이러한 통화 녹취를 토대로 김 의원과 검찰 측이 고발장 작성과 전달을 공모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 공수처는 대검 내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인물로 의심하는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중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고발장 등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경위도 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전날(2일) 손 검사에 대한 1차 소환 조사도 마친 만큼 이를 통해 확인한 사실관계와 김 의원의 진술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면밀히 따져 가며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수처는 작년 8월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 당에 전달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에 대한 고발장이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한 문제의 고발장과 유사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수처는 고발장의 최초 전달자를 손 검사라고 보고 있다. 이 고발장이 정 의원에게 흘러갔다면 어떤 단계를 거친 것인지도 공수처가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 "제보자 기억 안 난다"는 김웅…대질조사 가능성

김 의원은 이날 공수처에 출석하며 "제보자와 제보 경위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또 녹취록 속 '저희'가 증거가 될 수는 없고, 녹취에 윤석열이 등장한 건 맞지만 "(윤석열이) 지시하거나 협의했다고 볼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고발장을 대검 측이 넘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녹취에 대검에 얘기해놓겠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대검에서 받은 거면 그런 말을 왜 하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 검사 또한 전날 조사에서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적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라는 게 손 검사 측 주장이다.

공수처는 김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지난 9월 압수수색했으나 유의미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연락한 흔적을 비롯해 고발장 작성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찾지 못할 경우 고발 사주 의혹은 사실상 규명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필요할 경우 손 검사와 김 의원을 동시에 불러 대질 조사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울러 조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손 검사에 대해 추가 소환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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