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세수여력 숨기려는 정부에 속지 않아" 임기말 파워게임 양상도…靑은 진화

지급 규모·시기 등 절충 가능성…일각 '손실보상 우선'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김수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추진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반대 의견을 피력하자마자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이 되레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단순한 당정 간 이견 표출을 넘어 정권 말 '신·구 권력' 사이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정부는 자꾸 세수 여력을 숨기려고 하는데 당은 속지 않는다"며 "올해 세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도 TBS 라디오에서 "연말까지 가보면 16조∼17조원 정도의 추가 세수가 생기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런 정도면 지방교부금 40%를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김 총리가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초과 세수를 활용하면 된다는 논리로 정면 반박한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반대론을 펼칠 기재부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5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가 시작되면 세수 추계에 대한 판단부터 그 활용 방안에 이르기까지 여당과 정부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치열한 논쟁은 하되 결과적으로는 현실적인 접점을 찾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라의 '곳간'을 두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다툼을 벌이는 양상을 연출하는 것이 다가오는 대선에 오히려 악영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민주당과 청와대 양쪽에서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읽힌다.

이날 오후 정책의총에서도 향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증액을 검토할 우선순위 등의 보고가 이뤄졌지만,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의견을 교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총리의 말에 대해 "반대라고 이해하고 있지 않다.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이라 생각한다"며 "(재난지원금이) 정책의총의 메인 이슈는 아니었다. 이런 것에 대해 앞으로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다"고 말했다.

정책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자유발언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내부에 이견이 있다는 것을 쉽게 노출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총리도 원천적인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은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당정 협의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세수가 10조원 정도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하면서 이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 국민의 고통을 더 돌보는 측면을 말씀하시고 재정건전성 만들기 위해서 부채 탕감을 말씀하셨다"며 "지금은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인 것인데 손실보상, 간접적 피해, 그리고 재난지원금 이 중에서 어떻게 할지는 국회에서 논의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주장한 취지는 살리되, 재정 당국의 입장도 고려해 재난지원금의 규모나 지급 범위, 시기 등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우 의원은 규모와 관련해서는 "(1인당) 25만원으로 하려면 13조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며 "지방에서 내는 것도 있기 때문에 8조5천억원 정도가 중앙정부의 재정에서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애초 말한 추가 지원금 '30만∼50만원'보다는 약간 낮춘 금액을 거론한 것이다.

당내에서도 재난지원금이 당장 필요한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들에게 더 지원해주는 게 맞다는 인식이 크다.

일각에서는 당과 정부 사이의 의견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중립 논란으로 안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고위 당정청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정 등 다른 채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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