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고장 우려에도 부산신항 불법 판매상 앞 화물차 30대씩 긴 줄

"하루에 500원씩 오른 셈…수급 대책 세우고 매점매석 단속해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김재홍 기자 = "2시간을 기다려 겨우 넣었습니다. 가격이 하루에 500원씩 오르네요."

요소수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5일 대한민국 물류 1번지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노상에 차려진 요소수 판매상 옆으로 화물트럭 30여대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2시간을 기다려 요소수 주입을 마친 한 화물트럭 기사는 "평소에는 기다리지 않는데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 리터당 500~700원 정도에 판매되는 요소수를 이날 노점에서는 리터당 4천500원을 받았다.

하루에 500원씩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게 화물기사들 설명이다.

450% 폭등한 가격이지만 화물 기사들은 이렇게라도 요소수를 넣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웅동 배후단지에는 노상에서 요소수를 주입하는 노점상이 10여 곳 있다. 모두 불법이다.

주유소보다 가격이 싸고 접근성이 좋아 평소 화물 기사들이 자주 찾았지만, 최근에는 품질이 보증되지 않아 차량 고장 우려 때문에 이곳을 꺼리는 화물차 기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요소수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나서부터는 불법 노점상을 찾는 화물차가 긴 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부 노점상은 요소수가 다 떨어져서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

한 판매상 업주는 "우리는 미리 재고를 확보해둔 게 있어서 지금 계속 판매하고 있으나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화물기사들은 요소수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화물기사 김모(65)씨는 "정부가 환경을 위한 정책이라며 요소수를 무조건 넣도록 만들어 넣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아 이 지경이 된 것 아니냐"며 "물류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너무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화물기사 강모(48)씨는 "노점 판매상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원래 화물기사들이 화물차가 고장날까봐 여기를 이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부산신항 주변 주유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균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했고 요소수 품절을 부착해 놓은 곳도 많았다.

1t 탑차를 주로 쓰는 택배기사들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택배 경력 10년 차인 40대 남성 박모씨는 "전화로 재고 문의를 하는 도중에 10ℓ 한 통 가격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올랐다"며 "보관이 여의치 않아서 올해 봄에 한 통씩만 샀는데 그때 더 샀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일부 유통업자들이 요소수 특수를 노리고 대량으로 사재기한 뒤 물량을 풀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지방보다 수급 상황이 더 악화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요소수를 구할 수 없냐는 문의도 온다"고 설명했다.

KG케미칼과 함께 국내 요소수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이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 게시판에는 이달 들어서만 요소수 재입고 일정을 문의하는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운영사 측은 쇄도하는 전화 문의 탓에 업무를 제대로 못하는 지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며 "아직 정확한 생산 일정이 나오지 않아 입고 일정을 안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