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에서 어린이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이 일부 가정에는 그나마 '숨 쉴 구멍'이 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소개했다.

이들은 주로 암 환자나 자가 면역 질환자 등이 있는 가정으로, 이달부터 어린 자녀라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면서 그간 온가족이 무방비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듯한 압박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NYT는 이런 부모가 지난 2년 간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대체로 한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어른이 있다고 해도 중증 환자인 가족 등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일 5∼11세 어린이 약 2천8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미국 정부는 어린이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 접종률 제고를 위해 전방위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23일 기준 대상자 중 약 13%인 350만명 이상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6살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자가 면역 질환자인 한 여성은 "딸이 아프거나,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딸이 책임을 느끼는 걸 원하지 않은 게 가장 크다"면서 최근 딸이 백신을 맞았다고 전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할머니, 5살 손자까지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은 팔에 맞는 주사 한 방보다 훨씬 큰 의미"라면서 "큰 짐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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