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추가 붕괴 위험에 탐방로 폐쇄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지난 14일 제주에서 규모 4.9의 강한 지진이 발생한 뒤 천연기념물인 수월봉 화산쇄설층 일부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513호인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해변 응회암 화산쇄설층이 약 28㎥(가로 3m, 세로 8m, 깊이 1m) 정도 무너졌다.

약 20m 높이에서 무너져 내린 화산쇄설층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곳 화산쇄설층이 무너진 것은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5일 오전 해변 정화 활동을 하던 지역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번에 화산쇄설층이 무너진 곳은 수월봉 지질트레일 A코스인 엉알길의 검은모래해변 구간에 있다.

수월봉은 약 1만8천 년 전 뜨거운 마그마가 물을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되면서 잘게 부서진 화산재가 주변에 떨어져 만들어진 고리 모양의 화산체 일부다.

수월봉은 높이 77m의 작은 언덕 형태 오름으로, 해안절벽을 따라 드러난 화산재 지층 속에 남겨진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로 인해 지질학의 교과서로도 불린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이기도 하다.

이곳 화산쇄설층을 관리하는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제주자연문화재돌봄센터는 이날 오전 탐방객이나 낚시객이 검은모래해변 구간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선을 설치했다.

여진 등으로 추가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자연문화재돌봄센터 관계자는 "이 절벽 하단은 파도에 의해 지속 침식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튀어나온 절벽의 윗부분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침식으로 인해 약해진 부분이 지진의 영향을 받아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검은모래 해변의 화산쇄설층 절벽은 지난해 9월과 올해 초에도 무너진 바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번 붕괴가 자연현상이어서 문화재청 권고에 따라 복구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ji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