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논란에 민정수석 낙마…"文정부 공정 온전히 평가받길"

'캐스팅보터' 2030, 입시·취업 극히 민감…조국 사태 때 폭발력 증명

李 아들·尹 부인, 학력·경력 의혹 '지뢰밭'…여야 모두 살얼음판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공정'의 문제가 내년 대선의 핵심 화두로 부상할 조짐이다.

여야 유력 후보 가족의 학력·경력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는 가운데 21일에는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아들의 '아빠찬스' 논란에 휩싸여 낙마했다.

특히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받는 2030 세대가 이 사안에 워낙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여야는 모두 '불공정 세력'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문대통령, 하루만에 金 거취 정리…불공정 논란 의식한듯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수석이 사의를 밝히자 이를 즉각 수용했다.

김 수석의 아들이 기업에 보낸 입사지원서에 '이버지가 민정수석이다'라는 내용을 담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처럼 빠른 거취 정리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를 겨냥한 '불공정·특혜' 공세가 길어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길어질 경우 자칫 여권 전체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중도층이나 2030세대의 민심이 여권에서 급격하게 이탈, 결과적으로 정권 재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수석 역시 이날 기자들에게 사임인사를 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온전하게 평가받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논란이 공정성 문제로 번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수석 주변에서 그의 개인사를 언급하며 해명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날 김 수석의 친형이 남긴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김 수석의 친형은 글에서 "제 조카가 고교때부터 조현병이라는 정신분열증이 발병해 15년간 삼성병원 입·퇴원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 하고 지내다 이번에 누가 봐도 정신 나간 행동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번 일은 김 수석 아들의 건강상 이유로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일 뿐 특혜를 노린 행동이 아니며, 김 수석 역시 이런 공정성을 해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조국 사태 때 폭발력 증명…李 아들·尹 부인 의혹 '지뢰밭'

여야 대선후보의 경우에는 청와대보다 이같은 민심의 흐름을 한층 더 예민하게 관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른바 '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공정과 특혜 논란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분노는 정치권도 충분히 경험한 상태다.

특히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2030 세대의 경우 이 이슈에 한층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 후보가 팽팽한 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쪽이 '불공정' 프레임에 갇혀버릴 경우 단숨에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의혹들이 학력·경력 등 공정 이슈에 맞닿아 있다는 점은 여야 모두에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이 후보 둘째 아들의 경우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가 외고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강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영외고는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외고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학생 본인은 서울 소재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만 응시 자격이 있다"며 "입시비리의 실마리는 여기서부터 풀어가야 할 것 같다"고 썼다.

그러나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 후보의) 둘째 아들이 입학한 것은 2009년"이라며 "광역소재지에 있는 중학생들이 해당 광역소재지 학교로 입학하게 된 것은 2010년 부터"라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건희 씨의 경우 과거 이력서에 기재한 미국 뉴욕대(NYU) 연수 경력 등을 두고 민주당에서 '허위이력'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씨는 '국내 대학 6개월 지도자 과정'의 일부인 방문 프로그램을 '뉴욕대 연수'로 허위 작성했다"며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김씨의 뉴욕대 MBA 학력은 기록으로 확인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가짜뉴스를 재생산해 정쟁에 이용하는 악의적 정치공작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방어막을 치고 있다.

물론 아직 양측 후보의 가족을 겨냥한 의혹 제기에 '공정' 문제가 핵심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의 경우에도 장남의 도박 파문 등이 주로 공격받고 있으며, 김건희 씨 이력에 대한 여당의 공세 포인트도 '불공정'보다는 '허위'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온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학력이나 경력을 쌓았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그 순간 '불공정 논란' 도화선에 불이 붙으며 대선 판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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