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분간 오찬 회동…이낙연, 이재명 향해 쓴소리도

이낙연 지지자들, 오찬 중 밖에서 후보 교체" 구호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강민경 홍준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전격 만나 80여 분간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정권 재창출 의지를 다졌다.

지난달 2일 선대위 출범식 이후 51일 만의 만남이다. 그러나 비공개 회동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향해 '민주당다움'을 갖춰달라고 쓴소리하고, 식당 밖에서는 지지자들 간 기싸움이 펼쳐지는 등 경선 후유증의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오찬 자리에는 이 후보가 7분 정도 먼저 도착했다. 식당 밖에는 이미 이 전 대표 지지자 20여 명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이 후보가 도착하자 일제히 "이재명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실무진들이 황급히 지지자들을 만류했으나 이들은 오히려 반발했다.

일부는 이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논란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식당에 들어갔다.

이 전 대표는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경선 당시 이 전 대표 비서실장이자, 현재는 이 후보의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이 식당 밖에서 이 전 대표를 맞았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가 도착하자 그를 반기며 "제가 이미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이어 "대표님이 배려해 주신 덕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아 대표님이 잘 보살펴 주시면 좋겠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대표님이 많이 좀 업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네"라며 웃었다. 그는 이 후보를 향해 "고생 많으시죠. 잘 보고 있다"라는 말도 했다.

약 80여분간의 회동을 마치고 두 후보는 언론 앞에서 각자 간단한 마무리 발언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차례로 식당을 빠져나갔다.

두 후보는 퇴장 과정에서 통로가 나오자 서로 어깨를 감싸며 먼저 가기를 권하기도 했다.

오찬에 배석했던 오 의원은 "그간 이 전 대표께서는 지지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셨다"며 "최근 그 일정이 끝나서 자연스럽게 (오찬) 일정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두 분이 충분히 식사하시면서 대화를 나누었다"며 "이 전 대표께서 후보에게 권하거나 제안한 내용도 상당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오찬에서 이 전 대표는 이 후보를 향해 "당원들이 민주당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후보께서 잘하셔야 한다"고 고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최근 발언들을 에둘러 지적하며 "지지층을 만나보면 그런 발언에 대해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오찬 메뉴는 해산물 구이와 전유화(전)였다. 식당 및 메뉴는 이 후보 측에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찬 회동이 진행되는 중에도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식당 밖에서 "후보 교체" "지켜줄게 이낙연" 등의 구호를 재차 외쳤다.

반면 이 후보 측 지지자들은 '원팀' 정신을 촉구, "이재명 이낙연 함께" "진정한 하나가 됩시다"라고 말하며 맞받아쳤다.

지지자들 간의 언성과 관련해 이 전 대표 측 배석자였던 윤영찬 의원은 "(오찬 중에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

오 의원도 "약간의 잡음으로 들렸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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