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클럽 토론회, 김건희 사과엔 "진정한 마음에서…국민께 판단 맡겨야"

전두환 발언엔 "민주 후보가 이야기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8일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재차 낮은 자세를 취했다.

윤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김씨의 대국민 사과가 충분했다고 판단했느냐'는 질문에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충분하다고 말하는 자체가 벌써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진정한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여권을 중심으로 '국민이 아닌 남편에 대한 사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사과쇼'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또 "과거 일이고 아내 일이다, 그게 아니고 현재 부부이고 부부는 같은 사람"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국민들께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윤 후보 지지율 하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이 꼽힌다.

대표 슬로건인 '공정과 상식' 가치마저도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한층 더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 선대위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후보가 김씨의 대국민 사과 전후로 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만 하더라도 김씨의 뉴욕대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전날 공개된 새시대준비위 유튜브 영상에서는 "판단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비상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저나 국민의힘이나 부족한 점이 많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정권교체 열망을 받들겠다"고 밝혔다.

실언 논란에 대해선 "제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관점과 철학에 입각해 말씀드렸는데, 정치 세계는 공직 세계나 학문 세계와 달라 상대에게 빌미를 주면 늘 왜곡되고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제가 좀 대처를 못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전두환 옹호', '극빈층 자유' 등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상대 당의 이재명 후보도 어떻게 보면 저보다 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저는 그분(전두환)을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포괄해 평가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 후보를 겨냥했다.

또 "민주당 후보가 그 이야기를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국민의힘 후보가 그 이야기를 하니 호남인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지 않았나 해서 제가 깊이 사과를 드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후보는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이준석 대표에 대해선 "제가 경험한 바로는 참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잘하실 것으로 믿는다"며 추켜세웠다.

yu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