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김한길·김기현에 이어 선대위원장단 총사퇴 '도미노'

이준석 사퇴 요구도 공개 분출…최고위원 추가 사퇴 가능성 거론

정권교체 경고등에 초강수…김종인은 재신임 가능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지훈 류미나 이은정 기자 = 국민의힘이 대선을 불과 60여일 앞두고 선대위 전면해체라는 초강수를 꺼내는 등 쇄신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결과가 잇따르며 정권교체에 적신호가 켜지자, 선대위 완전 해체와 원내지도부 총사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당내에선 윤 후보와 공개 충돌해 온 이준석 대표의 책임론과 함께 사퇴 요구가 분출되기 시작한 데다, 최고위원 추가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대혼돈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여 앞둔 시점에 인적 쇄신은 어렵다고 일축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이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 등 당의 내홍과 갈등상이 최근 윤 후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총괄본부장단 사퇴를 포함해 구조조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 등 논란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대위 조직의 주요 인사인 6명의 총괄본부장단은 전원 사퇴하기로 전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날 한국거래소 신년 개장 행사 참석 도중 이같은 소식을 듣고 모든 일정을 잠정 중단한 채 선대위 개편을 위한 숙고에 들어갔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은 전날 여러 차례 만나 선대위 쇄신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영입에 공개 반발했던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도 이날 영입 2주 만에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오전 페이스북에서 "제가 먼저 나서겠다. 자리를 내려놓으며 정권교체를 위한 조직쇄신이 필요함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사퇴했다.

그의 영입 후 2030 지지층이 눈에 띄게 이탈하고 당내 갈등도 심화한 점을 고려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선대위 설명이다. 주변에서 사퇴 건의가 있었으나, 본인이 최종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후 SNS 글에서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며 "젠더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 새로 시작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후 김한길 새시대위 위원장이 "그에게 덧씌워진 오해를 넘어서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윤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새시대위는 청년층, 호남 지역 등 외연 확장 역할을 맡아 출범했는데, 선대위 양 날개 중 하나가 꺾이며 '3김 체제'의 한 축이 무너지는 등 사실상 선대위가 전면 해체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오후 의총에서는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 3인방'이 "지도부의 일원으로 무한 책임을 지겠다"며 당직과 선대위직 사퇴를 선언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에 대해 재신임으로 뜻을 모았으나, 이들은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의총 결과는 "국민의힘 의원 모두는 이제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방침으로 후보가 전권을 갖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었다.

이날 오후 5시20분께는 국힘 선대위 지도부가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선대위가 "선대위는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수정·김민전 교수 등 외부 영입 공동선대위원장들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고 '선대위 개편'을 주도할 것으로 보였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까지 포함됐다

이와 관련, 일괄 사의 표명 후 김 위원장을 비롯해 극히 일부만 재신임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선대위 전면 개편 카드를 통해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 관계를 끝내고 '원팀' 선대위를 부활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신이 그립을 잡아 당초 구상했던 대로 '슬림한 선대위'를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의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에게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 윤 후보에 대해 연일 공개 비판을 이어온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고 일부 초·재선들이 의총에서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해 향후 이 대표 거취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당 쇄신 논의'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표에 비판적인 조수진, 김재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는 말이 나오며 '지도부 줄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준석 리스크'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언제든 당 내홍을 일으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