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기대 불구 조기처방 안되면 효과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항할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항바이러스제 알약 치료제가 공급이 불안정해 미국 의료현장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 보도했다.

알약 치료제는 코로나19의 중증 진행을 막고 재택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한창이던 작년 12월 말 화이자의 코로나19 알약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몰누피라비르'의 사용을 승인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팍스로비드 1천만명분과 몰누피라비르 300만명분을 구입했고, 현재까지 36만5천명분이 주별 인구 비례에 따라 배포된 상황이다.

그러나 초기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환자 증가와 인력난에 직면한 병원 현장에서는 막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일하는 감염병 전문의 랠프 로저스는 일부 고위험군 환자에 알약을 처방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팍스로비드를 주문하려고 약국에도 가봤지만 품절돼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로저스는 알약 치료제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의사들은 어떤 환자가 복용하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결정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시간을 두고 환자의 증상이 심해지는지 지켜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치료제는 초기에 먹었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고 언급했다.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셸리 슈밋은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달 중순쯤에나 알약 치료제를 접해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슈밋은 알약 치료제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로저스와 비슷하게 알약 치료제의 복용 시점 특성상 그 효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슈밋은 "많은 사람이 중증을 겪기 전까진 치료를 받지 않는다"며 "막상 중증 환자가 되면 증상 발현 초기에 복용해야 하는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기엔 늦을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간이 지나면 공급이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감염병 전문의 니콜 로빈은 아직 알약 치료제를 처방해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접근성이 향상되리라 기대했다.

로빈은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을 장악하기 전에 약을 확보해 환자에게 제때 줄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별로 제각기 다른 상황을 고려해 치료제 공급물량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인구비례 기준보다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입원환자가 급증하는 주에 알약 치료제를 먼저 배포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을 언급하며 "알약 제조의 복잡한 화학 공정으로 알약 하나를 만드는 데 말 그대로 몇 개월씩 걸린다"고 말했다.

또 팍스로비드 구매분을 기존 1천만명분에서 2천만명분으로 두 배로 늘리겠다고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는 108만2천549명, 사망자는 1천688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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