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접경 3곳 병력 증파 포착…미 공수사단, 폴란드서 집결중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 기대거는 우크라…프·독 정상도 분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군대가 속속 집결하면서 전쟁 발발 위기가 점증하고 있다.

6일 미 CNN방송·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가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에서 50㎞ 이내 세 곳에 무장과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10일부터 진행될 러시아·벨라루스군 간 연합훈련이 명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CNN 등은 훈련 장소인 벨라루스 남부 루니네츠 내 비행장에는 대공 방어시스템인 S-400과 전투기 Su-25 10여대 등이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러시아 국방부도 공식적으로 루니네츠에 이런 무장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루니네츠에서 수백㎞ 떨어진 두 곳에서도 러시아가 병력을 증강하고 군사 기지를 설치 중인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270㎞ 떨어진 우크라이나 남동부 레치차 지역에는 탱크, 곡사포를 포함해 기동 전투 차량이 배치돼 있으며, 막사 등 야전 숙영 시설도 설치되고 있다.

레치차 남동쪽으로 우크라이나 국경과 25㎞ 떨어진 옐스크 인근에도 단거리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러시아 병력이 새로 배치됐다.

영국 군사정보업체 IHS제인스는 옐스크에 3개 이상의 최첨단 포병부대인 대대전술단(BTG) 소속 분대들이 주둔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드리 파루비 전 국방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며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어떤 도시든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20만 병력이 나라 전체를 침공할 수준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라면서도 수도 키예프나 일부 도시 정도를 점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에 약속했던 동유럽으로 추가 파견 병력을 현지로 속속 보내고 있다.

6일 AP통신은 이날 수십명의 미군 병력과 무기가 C-17 수송기에 실려 폴란드 남동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제슈프-야시온카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 육군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 여단전투단의 일부 인원이 도착한 데 이어 두 번째 미 병력이 합류한 것이다.

앞으로 며칠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의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에서 총 1천700명가량의 미군 병력이 폴란드에 배치된다.

이번에 폴란드 파견되는 병력은 지난 2일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추가 배치하기로 한 병력 3천명의 일부다.

동유럽에 추가 배치된 미군 병력은 일단 미군의 지휘를 받을 예정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때 지원에 나서게 된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는 현재 각각 4천명과 900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이들 병력은 지난달 2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린 8천500명과는 별개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제국을 재건하려는 러시아의 공격적 태도와 정책에 대한 최고의 대응책은 이같이 연대해 전쟁에 대한 억제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미군의 도착을 반겼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하는 동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외교전도 긴박하게 이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영국, 터키 정상과 잇따라 대화하면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전쟁 위기의 당사국으로 외교적 해결이 간절한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 대한 기대가 크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4개국이 참여한 회담을 일컫는다.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열렸다.

이들 4개국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한 후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휴전협정을 재확인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또 4개국이 2주 안에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도 사태 해법을 내보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전화로 이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7일 러시아 모스크바, 8일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 프랑스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쉬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이 군사적 충돌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병력의 단계적 축소 조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는 7일 워싱턴DC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두 달 만이다.

유럽연합(EU)의 주도국인 독일 정상으로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터다.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대러 제재 전선에서 상대적으로 숄츠 총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마크롱 대통령보다 적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실종됐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만큼, 숄츠 총리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신뢰 회복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pual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