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폐쇄 반대했어야"…"사생활침해 민감성 몰랐다"

"백신 안 믿었다"…"거센 확산, 변이등장 우려 간과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앓은 지 2년이 지나면서 이런 사태를 처음 경험해본 과학자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과학자들이 내렸던 자신의 오판에 대한 반성문들을 모아 보도했다.

8일 가디언에 따르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수전 미키 교수는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효과를 무시했다.

오히려 손으로 마스크 만진 뒤 얼굴을 만질 수 있어 마스크가 비말(침방울)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경계심이 늦춰질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보다는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 침방울)에 의한 감염 우려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마스크를 잘 쓴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미키 교수는 "마스크를 강력히 지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게 했다"며 "마스크가 공기 중 코로나19 감염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TV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는 영원히'라고 답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보건 정책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뉴캐슬 대학의 공중보건학 교수인 앨리슨 폴록은 학교 폐쇄 당시 반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2020년 3월 전면 록다운(봉쇄) 정책이 도입됐을 때 아이들은 가장 위험하지 않은 집단이며 그들의 교육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아이들을 위해 학교는 계속 개방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폐쇄 판단이 감정적이며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며 "휴교 사태는 아이들에게 재앙이었다. 정치화는 완전히 잘 못 됐다"고 지적했다.

에든버러대 글로벌 공중 보건 프로그램 담당자인 데비 스리드하르 교수는 한국인들과 영국인들의 사회적 인식 차이를 과소평가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일상생활을 계속하는 대신 신용카드 사용 정보와 스마트폰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한 사생활 침해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영국인들도 전면 봉쇄보다 사생활 침해를 더 선호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2년간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영국 대중들은 사생활 침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백신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영국 정부의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New and Emerging Respiratory Virus Threats Advisory Group·NERVTAG) 소속인 피터 오픈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에 고백했다.

인간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전례가 없었고, 개발됐던 동물성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도 효과가 좋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는 "2020년 성탄절을 앞두고 나온 코로나19 백신 실험 결과를 보고 완전히 당황했다"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백신 그룹 책임자인 앤드루 폴라드 교수는 코로나19 추가 접종(부스터 샷)에 대한 자기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미접종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우선돼야 한다며 백신 부스터 샷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폴라드 교수는 "지난해 백신이 전 세계에 더 많이 공평하게 분배됐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는 부스터 샷을 반대한다기보다 형평성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발병분석·모델링 그룹 대표인 닐 퍼거슨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해외 입국자들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을 가볍게 생각한 것과 바이러스 변이의 등장, 코로나19 진행을 잘 못 예측한 것에서 자신의 실수가 있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