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 사는 미얀마 국적의 가난한 어린이 형제가 배가 고파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음식을 먹은 뒤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14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15분께 말레이시아 랑카위의 한 해안가 마을에서 미얀마 국적의 4세, 2세 형제가 쓰레기통 근처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아버지(36)가 발견했다.

아버지는 입에 거품을 문 아이들을 둘러업고 이웃집으로 달려가 도움을 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목숨이 끊겼다.이들은 집 없이 남의 집에 얹혀 살았고, 아버지가 마을에서 배를 고치고, 잡일을 도와 근근이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소년 모두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음식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신을 병원으로 옮겨 사후 코로나19 검사와 부검을 진행하는 등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숨진 아이들은 미얀마 국적이지만, 로힝야족 난민인지는 불분명하다.

아이들의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이주노동자·난민의 아이라도 아동 복지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과 '이래서 난민 유입이 문제'라는 부정적 의견이 엇갈렸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70여만 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로 피신해 난민촌에 모여 산다.

난민 가운데 일부는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에 가는 것을 목표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밀항을 시도하다가 수개월씩 바다를 떠돌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20만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유입됐다며 추가 유입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쿠알라룸푸르 수도권 교차로에서 로힝야족 난민 아동들이 몰려다니며 차 문을 두드리고 구걸하는 동영상이 확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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