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부산 부전역·尹 청계광장 첫 유세, 가는 곳마다 수백∼1천여명 운집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강민경 정수연 기자 = 3·9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15일 0시를 기해 본격 시작되면서 여야 대선 후보들이 전국을 누비며 본격적인 유세 대결에 들어갔다.

하루 5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유세차 연설과 로고송을 배경으로 한 선거운동원들의 율동 등 익숙한 유세 풍경이 코로나 이전의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펼쳐졌다.

◇ 경부 상행선 탄 이재명, 30∼50분씩 연설하며 강행군 일정 소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0시부터 그야말로 '강행군' 일정을 소화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0시 부산항에서 수출 운항 선박 근무자들을 만난 이 후보는 오전 부산을 시작으로 경부선을 따라 이동하며 대구, 대전에서 차례로 유세를 이어갔다.

평소 '대면 유세'를 강점으로 내세우던 이 후보답게 유세 시간 역시 긴 편이었다. 첫 유세인 부산 부전역에서 50분간 연설했고, 대구 동성로와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도 각각 30분간 마이크를 잡고 지지를 호소했다.

부산 부전역 거리에는 인파 200명 안팎이, 두 번째 유세 현장인 동성로에는 300명 정도가 운집해 "이재명, 유능한 대통령"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은 유세송에 맞춰 율동하고,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는 광주, 정세균 전 총리는 전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구 등 자신의 연고지를 각각 나눠 맡아 '세몰이'에 나섰다.

추 전 장관은 대구에서 이 후보와 합동 유세를 하면서 "(윤석열 후보는) 건진법사 말은 들어야 하고 법무부 장관이 내린 지시는 거역했다. 무속 공화국을 막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 측은 중앙당 선거대책위, 각 지역위원회와 시도당 등에서 유세차 총 306대를 동원하는 등 지역 구석구석을 찾는 '현장형' 선거운동을 펼쳤다.

◇ 경부 하행선 탄 윤석열, 거점 도시 돌며 맞춤형 지역공약·메시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청계광장에서 도심 유세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어 경부선을 따라 대전과 대구를 거쳐 부산을 종착지로 삼아 거점 유세를 이어갔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진행된 청계광장 유세 출정식에는 선대본부와 당 지도부 인사들이 총출동했고, 당원과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광장을 가득 매운 채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격당한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들,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등도 유세차에 올랐다.

오후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거리 유세에는 400여명, 대구 동대구역 광장 유세에는 최소 1천명 이상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윤 후보는 대전에서는 "충청의 아들"을 내세우며 행정 수도 완성 등을 약속했고, 대구에서는 "저는 대구의 아들과 다름없다"며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손잡고 정권교체 메시지를 선명하게 부각했다.

이준석 대표는 청계광장 유세 후 곧장 부산으로 내려와 선거 유세용으로 개조한 소형 상용차 '라보'를 타고 오후 내내 아파트 단지, 전통시장, 대학가, 대형마트 근처 등을 누비며 '골목골목 이동 유세'를 했다.

윤 후보 측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언택트 유세'를 강화하기로 하고, 권역별 대형 유세차 5대를 비롯해 총 300여대의 유세차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AI 윤석열'이 소개한 지역 공약 영상을 상영하도록 했다.

또, 선거 운동에 2030 청년들을 전면 배치한 '청년유세단'을 투입해 달라진 유세 문화를 선보인다.

◇ 안철수, 기차역·전통시장 돌며 유세…심상정, 시장·노조 간담회장 순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8시30분 대구의 번화가인 반월당역에서 출근길 유세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안 후보의 유세차에는 2030 청년들이 올라와 안 후보 지지 발언을 한 뒤 '안철수 후보 완주 및 승리 기원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후 안 후보는 경북 구미로 이동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며 TK 민심에 호소했다.

안 후보는 대전, 구미에 이어 오후에는 김천, 안동, 영주 등 TK 도시 5곳을 빡빡하게 돌며 첫날 유세를 이어갔다. 각 도시의 전통시장을 방문한 뒤 기차역 인근에서 유세를 하는 패턴이었다.

유세차 연설을 할 때 시민들이 대거 모여드는 풍경은 없었으나, 전통시장을 찾으면 시민들이 악수와 '셀카', 사인 요청을 하고 일부는 적극적으로 다가와 지지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날 새벽 4시40분 용산역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심 후보는 이후 전북 전주시로 이동, 본선 출정식을 연 뒤 시장과 노조 간담회장을 돌며 지지를 요청했다.

심 후보는 눈발 속에서 모자나 우산 없이 거리를 돌았고, 지지자들은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로"라는 문구가 들어간 유세송을 부르며 표심을 호소했다.

양강 후보와 달리 당원과 시민들이 많이 밀집하지는 않았지만, 유세 현장에서는 자동차들이 잠시 멈춰서 차 문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등 호응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 감성자극 TV광고·책임당원에 영상편지…비대면 선거운동도 '후끈'

한편, 각 후보는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비대면 선거운동'을 강화하는 데도 주력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편지'라는 제목의 대선 TV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분들께'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이 후보가 단점이 많지만 유능한 경제대통령의 적임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후보 측은 이날 국민의힘 책임 당원 전원에게 개별적으로 'AI 윤석열'이 지지호소 인사를 하는 영상 메시지를 개인 휴대전화로 발송했다. 당원 이름과 개개인에 맞는 정책을 담은 영상 메시지로, 주변에 윤 후보 지지를 설득할 때 활용하도록 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