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과학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새로운 변이를 뒤쫓기보다는 어떤 변이도 물리칠 수 있는 '만능 백신' 개발에 나섰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한 해 동안 과학자들이 새로 개발한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확인하기도 전에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는 일이 반복돼 만능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펜실베이니아대 피렐만 의학연구소의 백신 연구자이자 면역학자인 드루 와이스먼 교수는 "지금 새 변이가 6개월마다 하나씩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은 온 인류가 면역력을 획득할 때까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바이러스 면역학자인 데이비드 마르티네스 교수는 "두더지 잡기 게임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 게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스와 같은 과학자들은 광범위한 효력을 지닌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19의 기존 변이뿐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변이까지 물리치는 '면역 방벽'을 세우려 한다고 WP는 보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WP와 인터뷰에서 만능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긴박감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과학기술은 여러 가지 효능을 발휘하고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3천600만 달러(약 432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신속하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지만, 더 광범위한 효능을 지닌 백신을 얻기까지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며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과학적 발견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러면서도 만능 백신 개발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과학자들은 앞선 백신 개발 성공에 힘입어 조만간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ARS-CoV-2'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원종, 일반 감기와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모두 퇴치할 백신을 개발할 수도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지난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선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의 면역을 보호하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싱가포르 연구진은 20년 전 사스에 걸렸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SARS-CoV-2 백신을 투여한 결과 일련의 사스 변종과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다, '베타'와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면서 이 야심에 찬 계획에 변동이 초래됐다고 WP는 지적했다.

스크립스(Scripps) 연구소 면역학·미생물학 분과장인 데니스 버튼 박사는 "처음 SARS-CoV-2가 등장했을 때는 변종이 많지 않았지만 이후 변종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이를 다루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며 "그럴수록 백신으로 항체를 형성하는 기술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의 대유행(팬데믹)을 막기 위한 백신 개발에 앞서, 그 중간 단계로 SARS-CoV-2의 모든 변종에 효능을 발휘하는 백신을 개발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듀크 의대의 면역학자이면서 백신 전문가인 바튼 헤이네스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에서 우리가 반드시 얻어야 할 시사점은 우리가 아직도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번 팬데믹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다음에 어떤 감염병이 창궐할지에 집중하면서, 앞으로 3∼5년 사이 등장할 모든 변이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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