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 가능성 완전차단… 보좌진과도 생각 공유 아껴"

직접대화가 유일수단…"우크라 선택지 막판까지 저울질할듯"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 정보기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략을 해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에 개입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만 해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푸틴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최측근과 접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보원은 2017년 러시아에서 축출됐고, 미국은 한동안 푸틴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NYT는 미국이 푸틴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라인을 천천히 재건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줄리앤 스미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 대사는 "기본적으로 모른다"며 "푸틴 대통령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기관이 푸틴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들의 생각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구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의 경우는 더 심한 난제라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에서 정보 브리핑을 담당했던 베스 새너는 "그는 스파이였다"며 "그는 생각을 공유하기보단 (타인의 생각을 알기 위해) 상대를 유도하고 조종하도록 훈련받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전자 장비 사용을 피하고 종종 서기들의 출입도 금하며 보좌관들에게도 자기 생각을 잘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러시아 측 인사들을 만났을 때 러시아 대표단도 푸틴 대통령의 의중을 몰라 일단 강경 노선을 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NYT에 전했다.

미국 당국은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가 속마음을 파악할 최고의 수단이라고 보고 인질 협상가의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CIA에서 수년 동안 러시아 정보를 수집한 폴 콜베는 "인질범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계속 대화해야 한다"며 "인질을 쏘는 것이 인질범이 정말 원하는 게 아니라면 대화 전략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푸틴 대통령의 태도는 러시아 국력에 대한 자신감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NYT는 서방 정보당국이 세계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와 나머지 유럽을 억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재정은 서방의 대러제재를 견딜 수 있도록 향상됐다. 게다가 러시아가 전쟁 위협을 할수록 석유와 가스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도 경제적으로 이익으로 작용한다.

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통한 에너지 공급이 제재로 차단될 경우 대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불리한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도 일부 유럽 지도자가 막대한 적응 비용을 우려해 대러제재 없이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는 점을 안다.

러시아 내정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2년 반 동안 선거가 없어 여론이 악화해도 회복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침공에 따른 비용과 협상을 통해 얻을 이익을 따지며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선택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