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SNS 소셜미디어 스타’ 여동생 살해 남성 ‘1심 종신형→2심 무죄’ 논란

[파키스탄]

남녀 평등 주장하며 파격 의상·언행 파란
“이슬람교와 집안 망신…범행 후회안한다”
판사 재량 무죄석방에 비난 여론 들끓어

소셜미디어(SNS) 스타인 여동생을 ‘명예살인’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파키스탄 남성에 대해 상급심이 무죄 판결을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현지언론 던(DAWN)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의 고등법원 항소심은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무함마드 와심에 대해 전날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와심의 변호사 사르다르 메흐부브는 “와심은 완전히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의 무죄 판결 이유 등에 대해선 공개되지 않았다.

와심의 여동생 칸딜 발로치는 ‘파키스탄의 킴 카다시안’으로 불리며 소셜미디어 스타로 현지에서 인기가 높았다.

발로치는 파키스탄의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에 굴하지 않고 남녀 평등을 주장하며 파격적인 의상과 사진으로 현지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고, 한 호텔 방에서 유명 종교 지도자와 나란히 셀카를 찍어 올리기도 했다.

발로치의 트위터 팔로워는 4만명이 넘었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도 70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며칠 뒤 오빠 와심은 “여동생이 가문을 수치스럽게 했다.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와심을 비롯해 발로치의 또다른 오빠인 아슬람 샤힌, 명예살인을 부추긴 성직자 등 8명이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고, 경찰은 이 중 7명을 체포했다.

2019년 파키스탄 지방법원 1심은 와심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다만 다른 6명은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와심은 항소했고, 그 결과 무죄 판결을 받아 6년간의 복역 끝에 풀려나게 된 것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여성 가족을 살해하는 관습인 ‘명예살인’이 종종 벌어진다.

해마다 1000여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의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로치 사건 이후 명예살인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파키스탄 정치권은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과거엔 가족이 용서를 구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었는데, 법 개정 이후 가족이 용서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도록 했고 형량도 높였다. 그러나 여전히 살인을 ‘명예범죄’로 규정할지 여부는 판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살인자가 명예살인이 아닌 다른 범행 동기를 주장하면 형량이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발로치의 부모는 처음에 “아들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마음을 바꿔 “아들이 용서받기를 원한다”고 탄원했다.

와심은 주말쯤 석방될 예정이다.

이번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파키스탄 법원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목격자와 자백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하냐고 지적했고 또다른 네티즌은“파키스탄 판사는 어떤 판결도 내릴 수 있다”고 법원을 비꼬기도 했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구실로 딸이나 여동생을 살해하는 관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해마다 1000여 명의 여성이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