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어른보다 아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강한 이유가 '선천성 면역 체계'를 더 사용한 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선천성 면역 체계란 항원이 무엇인지 관계없이 외부에서 침입한 '적'에 대해 신체가 일차적으로 면역반응을 내는 체계를 뜻한다.

해로운 미생물이 코로 들어왔을 때 나오는 콧물 등이 이런 선천성 면역 반응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아동과 성인 간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차이를 연구해온 케번 헤럴드 예일대 면역생물·내과 교수는 WSJ과 인터뷰에서 선천성 면역 체계를 대포나 성벽, 해자 등 중세시대의 요새 시설로, 2차 방어선인 '적응성 면역 체계'는 요새 안쪽에서 대기 중인 병사로 비유했다.

적응성 면역 체계는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T세포나 B세포를 통해 과거에 침입했던 미생물이 어떤 약점을 지녔는지 기억하고 분별해 대응한다.

반면 선천성 면역 체계는 이런 분별력과 기억 능력이 없지만 더 빠르고 기계적으로 침입자를 공격해 1차 방어선의 역할을 해낸다.

케번 교수가 지난 2년간 그의 아내이자 소아 감염병 의사 벳시 헤럴드와 함께 연구한 결과 아이들에게는 선천성 면역 체계에 속한 일부 물질이 더 많아 해당 면역 반응도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이 주목한 물질은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이다.

선천성 면역 반응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종류의 사이토카인이 어른보다 아이에게서 더 많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2020년 10월 출판된 연구에서 뉴욕시 24세 미만 환자 65명과 고령층 환자 60명의 코로나19 경과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전자 집단이 후자보다 선천 면역이 강한 덕에 2차 방어선인 적응성 면역 체계에 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에는 아동 12명과 성인 27명을 비교해 선천 면역과 관련된 유전자가 아동에게서 더 많고, 이 덕에 면역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주 멜버른 대학의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인 피터 도허티 연구소 연구원 에이미 정은 "코로나19 감염 시 선천성 면역 체계가 동원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선천성 면역 체계는 적응성 면역 체계와 달리 병원체를 분별하거나 일부 유해한 부분을 특정하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무차별적이고 즉각적으로 병원체를 막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외 감기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여러 차례 노출됐던 이력이 있는 고령층일수록 적응성 면역 체계가 활성화해 코로나19가 체내에 침입해도 병원체 전체를 공격하지 않고 앞선 바이러스와 비슷한 부분만 노리게 된다.

반면 아동은 즉각적으로 선천적 면역 체계를 동원해 코로나19의 핵심 부분을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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