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목전서 정치권 공방 거세지자 직접 회견 열고 정면 돌파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영학 녹취록' 속 '그분'이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향후 논란이 사그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개 석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데에 유감을 표하기도 한 만큼 여당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조 대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 관계인들과 조그마한 관련조차 없다는 점부터 강조했다. 화천대유 김만배씨와 공적 또는 사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김씨가 자신의 딸에게 주거지를 제공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연일 관련 내용이 보도되고 특히 정치권에서 의혹이 재생산되는 점을 문제제기했다.

조 대법관은 특히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자신의 실명이 거론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한 후보자가 전 국민이 생중계로 보고 있는 대선 공개토론에서 직접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했다"며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직접 후보자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이 의혹 확산을 부채질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조 대법관은 대선을 앞둔 예민한 상황을 고려해 침묵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신뢰 등을 고려해 '직접 해명'이라는 정면 돌파 방식을 선택했다. 실제 그는 이번 의혹으로 선량한 국민이 오도될 우려가 있고, 사법부가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법원 구성원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회견 이유로 들었다.

대선을 2주 앞두고 원치 않게 여야 간 진실 공방의 중심에 서게 되자, 현직 대법관으로서 공식 석상에서 관련 의혹을 확실하게 털어내고 논란을 일단락하겠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당사자가 직접 해명에 나선 만큼 정치권을 달궈 온 '정영학 녹취록' 속 '그분' 논란은 다소 진화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직 대법관이 "중대한 명예 훼손"이나 "법적 조치"까지 언급한 만큼 정치권도 발언에 더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대법관을 둘러싼 잡음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검찰이 의혹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 대법관도 이날 검찰을 향해 "필요하다면 저를 즉시 불러 논란을 종식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조 대법관 의혹을 살펴봤으나 현재까지 실체를 확인하진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선 국면이 한창인 만큼 대장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내달 9일 선거 이후에나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