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틈 벌어진 사이 판 뒤집기 시도…尹 고립·野 단일화 차단 포석

국힘 "진정성 없는 쇼"·安 "소신있으면 하라"·沈 "선거와 연동 말라"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김수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선거제 개혁·개헌' 카드로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을 내세워 제3지대 야당 후보와 '정치개혁 연대'를 구성, 이른바 '표심 단일화' 효과를 거두겠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가 '박빙 열세' 속에 추격에 나서며 막판 판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과의 '연합 전선'을 꾸려 판을 뒤집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단일화 문제를 놓고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간 틈이 벌어진 상황을 놓치지 않고 안 후보를 붙잡기 위한 '러브콜'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안 후보를 느슨하게라도 '정치개혁 연대'에 묶어 놓음으로써 행여 되살아날지 모를 야권 후보 단일화 불씨를 차단해야 한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과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대선 직후에 동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가 내건 '정치개혁안'의 핵심은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과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약화'로 요약된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줄곧 주장해 왔던 의제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대선 직후 앞장서서 추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특히 대선 결선투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방선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등은 다당제 정착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국민의당과 정의당으로서는 일면 '솔깃'할 수 있는 제안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송 대표는 회견에서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 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심 후보를 향해 "두 분 말씀이나 제가 드리는 말씀이나 거의 다른 점이 없다"며 "윤석열 후보를 제외하고 모든 정치세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하는 길을 찾자. 이 단계에서 정치개혁에 관한 공통 공약 합의라도 해놓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실상 윤 후보를 고립시키는 정치 연대를 결성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당장 후속 입법 작업에도 착수했다.

국회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기초의원 선거에 3인 이상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시행 시기는 '공포한 날'부터로,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대위 정치혁신특보단은 25일 여권의 심장부 광주에서 포럼을 열어 이 후보의 정치개혁 구상인 '통합정부'의 구체적 방향과 내용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이 빼든 정치개혁안이 여당의 정권 재창출이라는 조건에서만 유효한 것 아니냐 시각과 함께 그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선거제 개혁·개헌 논의에 국민 피로도만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송 대표는 회견 후 '대선을 13일 앞두고 이런 제안을 한 배경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개혁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여야 간 이견이 분출되고 또 통합될 수 있는 대선 시기가 바로 개혁을 공론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재명-안철수 단일화 수단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며 "여야의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 아니라 정책과 가치를 갖고 서로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개혁안 제안에 대한 '음모론'을 차단하는 한편 다른 야당 후보들의 동참을 당부한 것이다.

그러나 벌써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막바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거용 카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진정성 없는 개악쇼", "선거용 고육지책"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당사자'인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문시하고 있어 연대 움직임이 실제로 가시화할지도 미지수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제안에 대해 "저는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추진을 발표하면서 안 후보가 평소 말하던 다당제 등과 생각이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는 질문에는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대표의 정치개혁안 제안에 대해 "그것을 연대와 단일화하고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면서도 "보편적으로 한국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약속이나 (이행하지 않는 등) 배신한 게 문제다. 선거와 연동해서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이행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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