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아닌 무능이면 처벌 어려울 듯…"책임자들, 거취 정리해야"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김주환 박재현 기자 =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책임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잇달아 고발되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려면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라는 법조계 의견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나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등 시민단체는 노정희 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각각 대검에 고발했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비밀 투표 원칙을 어기고 나아가 현장 실무자들로 하여금 규정을 어기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고발 요지다.

법조계에서는 선관위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선관위 관계자들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무능함과는 별개로 선거관리 규정이나 절차를 의도적·조직적으로 무시했는지가 가려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보면 선관위의 의사결정 구조상 고의성 입증이 쉽지는 않다는 견해가 많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선관위는 위원 간 회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위원회"라며 "선관위원장은 위원회를 주도할 뿐 위원회 자체가 상명하복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귀책 사유나 의사결정 과정을 추적하며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도 인정했듯이 사전 준비가 부실한 잘못은 있어도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관위가 안정적으로 선거 관리를 못 한 과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선거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고의성 입증이 되지 않으면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일각에서 거론되는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며 선관위의 관리 책임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형사 책임을 묻긴 어렵더라도 '직접·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된 점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장 대선이 코앞이라 지금 어떤 조처를 하긴 어렵더라도, 선거 상황이 다 종료된 뒤에 선관위원장이나 사무총장 등 책임 있는 분들이 거취를 정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