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모두 '비호감'…유의미한 우위 실패한 듯

지역·성·세대별 표심 갈린 가운데 지지층 결집으로 팽팽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3·9 대선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그 누구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초박빙 표심이 확인됐다.

그간 양 진영에서는 야권 단일화나 젠더 이슈 등 다양한 요인을 근거로 각자의 우위를 주장해왔지만 모든 예측이 무색하게 됐다.

두 후보의 장점보다는 각종 의혹이 더 부각된 '비호감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어느 한쪽 손도 쉽게 들어주지 못한데다 전통적 지지층이 총결집하면서 팽팽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 인물경쟁력 vs 정권교체론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자질·능력'을,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정권교체'를 가장 많이 꼽는 경향을 드러냈다.

꾸준히 50%를 넘었던 정권교체론은 이 후보에게 분명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유권자들이 그 열망만으로 윤 후보에게 표를 주기에는 주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윤 후보 본인이 평생 검사 생활만 한 탓인지 외교·경제·사회 등 복잡한 현안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모습을 TV토론 등을 통해 드러냈고 말실수도 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물경쟁력에서 이 후보에게 밀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후보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 리스크'는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던 부분이라 양쪽 모두에 핸디캡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 미풍에 그친 야권 단일화

막판 최대 변수였던 야권 단일화의 효과도 박빙 판세를 뒤집을 만큼 두드러지지는 못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아름다운 단일화'를 연출하는 대신 유권자 피로만 키웠고, 사전투표 바로 전날 가까스로 합의해 그 효과를 살릴 시간이 부족했던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에 나온 일부 조사에서는 안 대표의 지지층이 어느 후보에게로 더 많이 옮겨갈 것인가를 두고 엇갈린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 박빙 판세에 진보·보수 총집결

이번 선거는 박빙 판세가 계속되면서 양 진영 모두 지지층 집결에 사활을 걸었다.

사전투표는 물론 본투표 당일에도 이 후보와 윤 후보 측 모두 지지자들에게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릴 수 있음을 강조하며 투표장으로 나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런 절실함은 지역별로 확 갈린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로 확인됐다.

지역별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전남(83.7%), 광주(83.3%), 전북(82.6%) 등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몰표를 얻었다.

반대로 보수세가 강한 대구(72.7%), 경북(72.1%), 부산(57.8%) 등 영남권에서는 윤 후보가 우위를 점했다.

위기감을 느낀 전통 지지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호남 대 영남 지역 구도가 더 부각된 것이다.

◇ 여성은 이재명, 남성은 윤석열

출구조사 결과를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이 후보 46.5%, 윤 후보 50.1%를 기록했다.

반면, 여성에서는 이 후보 49.1%, 윤 후보 46.6%를 기록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주요 대척점 중 하나였던 젠더 이슈에서 남녀 표심이 갈린 것이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이대남'(20대 남성)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도 잠시 이대남 표심을 의식하긴 했지만, 이후 여성 공약을 꾸준히 내놓고 소통을 강화하는 등 다시 여성 표심에 집중했다.

연령별로도 20대(이 47.8%, 윤 45.5%), 30대(이 46.3%, 윤 48.1%), 40대(이 60.5%, 윤 35.4%), 50대(이 52.4%, 윤 43.9%), 60대 이상(이 30.8%, 윤 67.1%) 등으로 후보별 지지층이 달랐다.

양측이 적극적으로 구애한 20·30대 표심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은 가운데 이 후보가 40·50대를, 윤 후보가 60대 이상을 가져가면서 서로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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