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문자나 PCR 결과 통보 시차로 투표에 어려움 겪은 사례는 있어

(전국종합=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6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본 투표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극심한 혼란을 빚은 지난 4∼5일 사전투표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사전투표 때는 투표소가 본투표의 약 4분의 1인 3천552곳에 불과한데다 별도 기표소를 둬 확진·격리자들이 예상보다 길게 줄을 서고 투표용지 관리도 부실해 곳곳에서 항의와 불만이 폭발했다.

그러나 이날 1만4천464곳에서 진행된 본 투표에서는 확진·격리자들이 일반 유권자와 같은 방식으로 투표를 하면서 사전 투표 때처럼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다.

선거사무원들도 사전투표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 수원시 광교1동 제10투표소에서는 전신방호복에 고글, 장갑, 장화를 착용한 선거사무원 3명이 건물 입구에서부터 '코로나19 확진·격리자 대기 장소'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확진·격리자들이 푯말 앞으로 다가오자 보건소의 외출 허가 문자를 확인한 뒤 2층에 마련된 투표소로 안내했다.

이곳은 낮 한때는 건물 밖 10m가량까지 줄이 늘어서 투표하는 데 30분 이상 걸렸지만 오히려 확진·격리자는 거의 기다릴 필요 없이 한 표를 행사했다.

강원 춘천시 신사우두 제3투표소는 오후 6시가 되자 잠시 문을 잠그고 확진·격리자 투표 준비를 했다.

선거사무원과 참관인들은 방호복과 얼굴 가리개, 장갑을 착용하고서 기표소를 '확진자용'과 '격리자용'으로 나눈 뒤 유권자들을 맞았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제6투표소에서는 방역복으로 무장한 선거사무원들이 혹시라도 귀가하는 일반인 유권자가 확진자와 접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표소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대전 유성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들이 확진자들을 상대로 본인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내리도록 하면서 감염 우려에 특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거사무원은 "확진자들이 본인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내릴 때는 숨도 쉬지 못했다"며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제2동 투표소를 찾은 장모씨는 "자차로 투표소까지 가야 하는데 혹여나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다"며 "예상과 달리 사람이 없어 순조롭게 투표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 제1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김모씨는 "상황이 이래서 투표를 안 하려고 했는데 같이 격리 중인 딸이 그래도 5년에 한 번씩 하는 선거니깐 투표는 해야 한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확진자들이 방역 당국의 외출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하거나 격리 판정이 늦어지면서 일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울산에서는 이날 확진 판정된 A씨가 투표소에 도착했으나 외출 안내 문자메시지를 제시하지 못해 한동안 난감해했다.

A씨는 "외출 안내 문자는 따로 받지 못했다"면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선거사무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해 "확진 통지 문자가 있으며 투표할 수 있다"는 답을 듣고서야 투표할 수 있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B씨는 가족 확진으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고 격리 중이었으나 이날까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투표소에 못 들어가고 안타까워하다가 약 20분 뒤 투표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경남 성산구 사파동 제1투표소에서는 한 격리자가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으나 PCR 검사 결과는 통보를 못 받아 발길을 돌렸다.

(이재현 김도윤 양영석 이영주 허광무 정회성 박정헌 박성제 김형우 윤태현 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