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증·사전투표 논란 속 보수 결집…野 단일화에 진보 결집

절묘한 민심 균형추, 쏠림 없었다…정권교체론 완전히 흡수 못한 채 '신승'

李 40∼50대, 尹 60대 이상 '우세'…이대남 尹·이대녀 李 표심 쏠려

영남 '尹 우세' 호남 '李 몰표'…초접전에 단일화 영향 제한적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심은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출구조사 발표부터 개표 막판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피 말리는 접전을 펼친 아슬아슬한 '신승'이었다. 헌정사상 최소 득표 차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 속에 민심이 한쪽으로 확 쏠리지 않고 보수·진보 진영이 각각 총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큰 틀의 지역 구도가 유지된 가운데 세대별, 성별 표심은 뚜렷하게 갈렸다.

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오전 3시 50분 97.8% 개표 결과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48.6%의 득표율을 기록, 47.8%를 얻은 이 후보를 0.8%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4%로 3위를 기록했다.

대선 직전까지 정권교체 여론이 줄곧 50% 안팎 이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윤 당선인이 정권교체 민심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절묘한 민심의 균형추 속에 대선 승리에도 윤 당선인이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윤 당선인으로선 압도적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민심의 준엄함을 새기며 새 정부를 여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후보 지지층이 결과에 쉽사리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빙 승부가 펼쳐진 것은 무엇보다 각 진영이 '영끌'(영혼까지 끌어오는) 지지층 결집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전투표 직전 야권 후보 단일화로 인한 위기감에 여권 지지층이 총결집했고,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사전투표 논란 속에 보수 지지층도 심판론을 기치로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 득표율이 2017년 대선(6.47%)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 역시 진보 진영이 이 후보로 표를 몰아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대 변수로 꼽혔던 야권 후보 단일화는 두 후보의 격차를 벌려놓을 만큼의 뒷심은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단일화 전 5∼8%의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윤 당선인의 득표율을 보면 안 대표 지지율이 윤 당선인에게 고스란히 옮겨가지 못하고 두 후보에게 분산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KBS·MBC·SBS 방송 3사가 투표 종료와 함께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세대별, 성별 표심은 확연히 갈렸다.

이 후보는 40대(60.5%)와 50대(52.4%)에서 우위를 보였고, 윤 당선인은 60대 이상(67.1%)에서 크게 앞섰다.

20대(윤 당선인 45.5%, 이 후보 47.8%)와 30대(윤 당선인 48.1%, 이 후보 46.3%)에서는 두 사람이 접전을 벌였다.

20대의 경우 성별 대결 양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20대 남성(이대남)에서 윤 당선인이 58.7%의 지지도를 보이며 36.3%인 이 후보를 큰 차이로 제쳤다. 20대 여성(이대녀)에서는 이 후보 58.0%, 윤 당선인 33.8%의 지지도를 각각 기록하며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이대남 맞춤형 공약 행보를 이어간 결과 20대 남성의 몰표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대녀 쏠림 현상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인정하며 윤 당선인과 차별화한 '이대녀' 공략 행보에 나섰다.

전체적으로 남성은 이 후보 46.5%, 윤 당선인 50.1%, 여성은 이 후보 49.1%, 윤 당선인 46.6%를 각각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쏠림 현상도 되풀이됐다.

대구(72.7%), 경북(72.1%), 부산(57.8%) 등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우위를 점했고, 이 후보는 전남(83.7%), 광주(83.3%), 전북(82.6%) 등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몰표를 얻었다.

다만 윤 당선인의 호남 지지율은 애초 목표치(30%)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10%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보수정당의 대선 호남 득표율로는 가장 높은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세대·성별 표심은 출구조사를 토대로 한 수치여서 정확한 민심은 개표 완료 뒤 확인할 수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 후보가 막판까지 바짝 쫓아왔지만 결국 정권교체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 구도였지만 전략적으로 윤 당선인이 중도층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고 이대남 공략이 20대 여성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 영향도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yu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