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통화 후 주한 중국대사·美대사대리 접견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이동환 문다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 기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미국과의 동맹 재건, 일본과 갈등 현안 해결을 통한 관계 개선, 중국과는 상호존중에 기반한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만나 양국관계에 대해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속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기후협력, 보건의료, 첨단기술 등 모든 의제가 한미 간 혈맹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포괄적으로 발전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간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 북한에 치우친 외교를 한 탓에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한미 협력 분야도 신기술, 글로벌 공급망, 우주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날 면담에서도 그런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당선인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관계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일본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양국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자"며 "양국 현안을 합리적으로 상호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갈등 현안을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자고 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선인의 발언에는 수사적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과 행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당선인 측은 이날 통화에서 양측이 윤 당선인 취임 후 이른 시일 내 만나자는데 의견을 같이한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물론 전임 스가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게 일본이 수용할만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면담에서는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책임 있는 세계국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기를 우리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북핵 문제 등 글로벌 현안 해결에 있어서 국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로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와도 맥이 닿는다고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윤 당선인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 균형 외교를 추구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미국을 더 우선시하는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본다.

윤 당선인은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 갈등 봉합 과정에서 취한 '3불' 정책(사드 추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에 대해 지난달 25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던 후보 시절과 달리 이날 면담에서는 싱 대사를 "늘 친근한 느낌"이라고 반기면서 "한중관계가 더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윤 당선인이 당선 후 주변 4강과 접촉한 순서도 주목받았다.

당선과 취임 사이 공백이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중국, 일본 순으로 정상 통화를 했는데 윤 당선인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기시다 총리와 통화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3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정상회담 우선순위에 대해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순서로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관례상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미국, 일본 정상과 먼저 통화한 게 반드시 외교 우선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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