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기조 속 거부 명분 적어…대선 이후 권력지형도 염두

金 사면 역풍우려, 먼저 꺼내긴 어려워…'카드 맞추기' 차원서 강행 관측도

"아직 회동도 안했다" "온전한 대통령의 결정"…지지층 반발 속 신중론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한지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민통합'을 앞세운 윤 당선인의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충분치 않은데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전직 대통령의 수감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결정은 문 대통령의 마음에 달려있는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반사면' 여부 등의 변수가 많다는 점 등에서 결론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 복수의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결국 사면할 공산이 크다"며 "내일 윤 당선인과의 오찬 회동에서 윤 당선인이 요청을 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선 이후 가장 절실한 과제로 '국민통합'을 꼽으면서 발언 도중 '통합'이라는 단어만 여섯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을 위한 전직 대통령 사면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등 변화하는 권력지형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사면에 찬성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지금 안하더라도 어차피 다음 정부에서는 사면을 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결자해지' 측면에서 사면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윤 당선인 측에서도 사면의 필요성을 연일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것(MB 사면)은 문 대통령이 퇴임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동시에 사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면서, 국민통합 차원에서 여권이 바라는 '김경수 사면'을 함께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만일 윤 당선인 측이 먼저 김 전 지사의 사면을 제안한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이 경우 동시 사면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주변에서는 굳이 윤 당선인이 김 전 지사의 사면을 요청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고소·고발로 덜미가 잡혀 수감됐다"며 "선거 여론 조작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대선 직후 사면을 요청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요청이 없을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 전 지사의 사면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제 식구'를 끼워 넣는다는 여론의 비판에 부딪히며 6월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까지가 '문 대통령의 사면'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윤 당선인의 사면'으로 봐야한다"면서 윤 당선인이 요청하지 않은 범위에서의 사면은 단행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요청 여부와 관계없이 김 전 지사의 사면을 결심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제껏 정치인 사면의 경우 여야 양쪽 진형에서 '균형'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동시 사면'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면 문 대통령이 알아서 김 지사를 함께 사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아직 결론을 예측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사면 결정은 오롯이 대통령의 결심에 달린 것"이라며 "아직 회동도 하기 전이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무게가 실린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대통령이 언제 다른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여론, 여권 지지층의 반발 등이 향후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