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웨덴·오스트리아형 중립국가 거론

우크라 "안전보장 우선…우크라 모델 필요"

러 외무 "협상 쉽지 않지만 타협 희망 있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일부 조항은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BC 인터뷰에서 "중립국 지위가 안전보장 조치와 함께 지금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금 협상에서 논의되는 게 바로 이것인데, 내가 보기로는 합의에 근접한 매우 구체적인 문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배제한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조치와 중립성을 지난달 한 선택지로 거론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나토 확장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를 위한 일반적으로 수용될 안전보장안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같은 중립국이 된다면 이를 '타협'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관영매체 타스에 따르면 러시아 협상단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측이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형태의 중립국이 되는 방안을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타스는 이들 국가가 육군과 해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립적인 비무장 국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제시한 오스트리아, 스웨덴과 같은 중립국화 제안을 거부한다며 종전 협상의 초점은 안전보장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와 직접 전쟁하는 상태"라며 "따라서 모델은 안전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우크라이나 모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를 보유하는 데 대해 합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비무장, 우크라이나가 향후 보유할 군대의 규모 등에 대해 양국 국방부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중립화 논의를 받아들이면서 종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뿐만 돈바스 주민들의 안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인구의 권리 등도 핵심 의제로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을 선언한 곳으로, 러시아는 서방의 반대에도 이를 승인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이 쉽지 않지만 타협에 이를 희망이 일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겨냥한 집단 혐오에 가담하지 않은 이스라엘과 터키 측의 중재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차 평화협상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양측의 입장차가 다소 좁혀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근본적인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측도 평화협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긍정적 발언을 내놨다면서, 러시아에 항복하거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종전을 위해 협상할 의사가 있다는 우크라이나 측 입장을 전했다.

메딘스키 러시아 협상단 대표는 인테르팍스 통신 인터뷰에서 "협상이 어렵고 진척이 느리지만 조속히 평화가 오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평화롭고 자유롭고 독립된 우크라이나, 나토 동맹국이 아닌 중립적인 우크라이나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