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계 약진에 朴정부 인사도 발탁…안철수계·安추천 인사가 3분의 1

'SK맨' 3명·부동산 전문가 없어…성별·2030 세대 배려 부족 지적도

대변인 포함 이공계 과학자 5명 '20%'…安 "과학 중요하게 생각, 세계 최고수준"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주요 인선이 17일 완료됐다.

윤 당선인이 내세운 인선 키워드는 우선 '전문성'을 꼽을 수 있다. 인수위와 함께 가동될 국민통합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취임식 준비위원회의 위원장급 인선까지 포함한다면 '통합'도 주요 키워드로 볼 수 있다.

향후 윤 당선인의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도 이 같은 '전문성'과 '통합' 기조가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성을 우선하다 보니 특정 학교나 성별, 세대에 인사가 편중됐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됐다.

24명의 인수위원 면면을 보면 경제1 분과와 경제2 분과, 과학기술교육 분과에 학계나 관료 출신이 전면에 포진했다.

경제1 분과에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간사)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가 발탁됐다.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 정책통·전문가로 꼽히는 이들이다.

경제2 분과의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간사),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 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도 정부와 학계, 민간기업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들로 평가받는다.

특히 유웅환 전 그룹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문재인 당시 후보가 직접 영입 발표를 했을 만큼 공을 들였고, 임기 초반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으로도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에 도전했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도 경제2 분과 인수위원에 깜짝 발탁됐다.

윤 당선인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을 설계한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쓸모없는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도 합류했다.

전체적으로는 24명 위원 중 신용현 대변인을 포함, 이공계를 전공한 과학자 출신이 20%인 5명에 달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변인 인선과 관련, "그만큼 과학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로 보면 된다"면서 이번 인수위 구성에 대해 "관료를 했던 분, 그리고 업계에서 일했던 분,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업적을 가진 분들 중심으로 인선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국정 철학을 제대로 잘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부탁을 드렸다"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민관합동위원회를 대통령실 안에 두고 민간 창의와 아이디어를 국가정책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실력과 능력이 있는, 아마추어가 아닌, 실수하지 않는 철저한 프로로 임하겠다는 각오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부동산을 담당하는 경제2 분과에 부동산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선 일부에서 우려도 제기됐다. 현 정부 최대 실정으로 꼽힌 부동산 문제를 인수위가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전·현직 공직자 등 현업에 밝은 전문가분들께서 전문위원으로 편입돼 활동할 것"이라며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등 주요 인선에서 '통합'을 중요한 기조로 잡았다는 것도 윤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정부에 합의한 안 인수위원장 측 인사들이 상당수 합류했다.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과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각각 기획조정분과,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됐고, '원톱' 인수위 대변인에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신용현 전 의원이 기용됐다.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수위원까지 합하면 인수위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명이 '안철수표' 인사로 꼽힌다.

호남 출신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정무사법행정 분과 간사를 맡았다.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호남 공약과 지역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던 만큼 인수위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위원은 아니지만 취임식 준비위원장에 호남 출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기용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국민통합위원장에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과거 민주당이나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발탁된 것도 '통합' 키워드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된다.

김 대변인은 "이른바 광폭 통합 정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MB(이명박)맨'들의 귀환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외교안보 분과 간사인 김성한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외교안보자문위원과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다. 같은 분과 인수위원인 김태효 전 대통령전략기획관 역시 이명박 정부와 청와대에서 일했다.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인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지냈다.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들이 옛 MB계로서 MB정부 관료나 청와대 인사들과 인연이 있는 만큼 인수위 인선에도 자연스럽게 참고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2기 MB정부"라는 비판도 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도 기용됐다.

최상목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밑에서 경제비서관으로 근무했으며 미르·K재단 설립 관련 실무회의도 주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정 농단 특검에 의해 구속됐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위다.

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수사 악연이 있는 윤 당선인이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 끌어안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 인수위원의 경우 전문성을 강조한 실무형 의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경제 관료 출신의 추경호 의원,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법조계 출신의 유상범 의원,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포함됐다.

재계 출신은 유독 SK그룹 관련 인사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 외에도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경제2분과 인수위원)는 SK중국경제연구소장·SK차이나 수석부총재, 이창양 교수(경제2분과 간사)는 SK하이닉스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능력주의에 입각한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출신 학교나 성별·세대 등에 대한 안배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위원 24명을 출신 대학으로 분류하면 윤 당선인의 '서울대 동문'은 총 13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여성은 박순애 백경란 교수, 신용현 전 의원, 임이자 의원 등 4명에 불과하고, 20·30세대는 전무하다.

기계적 균형이 오히려 '불공정'에 해당하고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윤 당선인 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청년층 지지를 호소하며 국정 운영에 청년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 원칙에 관해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 하지 자리를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통합은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수위는 오는 18일 현판식을 열고 출범한다. 전문위원과 실무직원 등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수위 규모는 200여명으로 예상된다.

7개분과는 ▲기획조정 ▲외교안보 ▲정무사법행정 ▲경제1(경제정책·거시경제·금융) ▲경제2(산업·일자리) ▲과학기술교육 ▲사회복지문화 분과로 구분된다.

분과별 인원은 경제2분과와 사회복지문화 분과는 4명, 나머지 5개분과는 3명씩 배정됐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