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 분출에 당내 초·재선 연쇄 면담…尹 "의견수렴해 거취문제 쿨하게 결정"

"단합 우선" 비대위 옹호론도…쇄신방향 놓고 당내 곳곳에서 저격·파열음 속출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홍준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내홍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윤 비대위원장이 17일 초·재선 의원들과 연쇄 간담회를 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당내 의원 모임 중 처음으로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전날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파열음이 확산하는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초·재선들과의 회동이 이번 사태의 기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재선 의원 30여명과 비공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는 윤 비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25일 뽑히는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 구성 권한을 가지고 임시전대나 중앙위에서 추인받은 다음에 당을 이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윤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있는 만큼 윤 위원장이 주말까지 빨리 거취를 결단하는 게 좋겠다"고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승래 의원은 "비대위 구성의 절차, 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당 안팎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개편·보완 등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현 체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위원장의 사퇴는) 소모적 혼란만 지속할 뿐이다", "비대위원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등 의견도 제기됐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오후에 진행한 초선 의원 40여명과의 면담에서도 윤 위원장의 사퇴론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이탄희 의원은 "새누리당 계열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선거에서 쭉 졌는데 이정현, 홍준표 대표 등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체제로 선거를 치렀다"면서 "우리가 그 경로로 갈 수도 있는 기로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윤호중 비대위원장 체제를 인정하고 않고를 떠나서 이것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기회비용이 큰 거 아니냐"고 밝혔다.

이 면담에서는 이밖에도 "원로 선배, 이전 당 대표들을 상임고문단으로 포함시켜 당이 어려울 때 지혜를 구하고 통합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안도 있지 않느냐"는 제안도 있었다고 조오섭 대변인이 전했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오는 21일 워크숍을 열어 비대위 체제에 대한 논의를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두 번의 면담에서 비대위 구성 과정상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면서 긴급한 비대위 구성 과정상의 특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또 "자리와 권한에 연연해본 적 없이 정치를 해왔다"면서 "이후에도 의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쿨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윤 위원장의 수습 노력에도 당내에서는 비대위를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윤 위원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초선 의원들을 향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해 달라. 해당 행위를 한 당원들의 출당으로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나아가 내주 새 원내대표 선출이 있는 만큼 '윤호중 비대위 체제' 유지 문제가 원내대표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어도 새 원내대표 선거 때까지는 비대위 문제를 놓고 내홍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6월 지방선거와 대안부재론 등의 이유로 '윤호중 체제'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을 맡은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윤 위원장 자신도 고사했으나 당무도 제대로 알고 선거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맡았다고 한다. 거의 독배"라면서 "현실적으로 (윤 위원장이 퇴진한다면) 외부에서 모셔와야 하는데, 모셔오는 데 공감대가 있느냐"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거듭나기의 첫 번째 과정은 당면한 지방선거를 앞둔 당의 안정화"라며 "비대위에 대한 논란보다 당이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172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힘을 제대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와 그에 따른 쇄신 방향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초선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채이배 비대위원의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을 담아야 한다'는 발언 등과 관련,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며 "이런 말들을 제어할 수 없다면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자격 미달이다. 채이배 위원을 즉각 내보내시라"고 직격했다.

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측근 그룹 '7인회' 멤버인 김병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박용진 의원을 비판했다. 박 의원이 전날 토론회에서 투표율과 득표율을 고려할 때 이 전 지사가 얻은 표가 문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다고 한 것에 대해 "그러면 대선 당시 투표하지 않은 국민은 모두 윤석열을 지지했다는 말이냐"면서 "정권교체 파고에서 박빙 승부를 펼친 것에는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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